100억弗 수출의 탑 수상기업 14년만에 0개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올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억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받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며 수출 유공자로 선정된 기업의 수도 12년 만에 가장 적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209개 기업에 대해 '수출의 탑'을 수여했다. 올해 최고의 탑인 '50억 달러 수출의 탑'은 한화토탈이, 10억 달러 수출의 탑은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다이모스, 태광산업이 받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들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급변하는 무역환경을 맞아, 반세기전 수출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그 때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되살려 제2 무역입국의 길로 함께 나가자"고 강조했다.
무역의 날은 수출 기업의 가장 큰 잔치로 손꼽히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내용면에서 초라하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한 축인 수출이 장기간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의 탑 수상기업 수는 2004년(1191개사) 이후 가장 적다. 2011년(1929개) 2000개에 육박했던 수상기업 수는 올해까지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1억 달러 탑 이상을 받은 기업은 5년 만에 무려 절반 이하(2011년 129개→2016년 55개)로 줄었다.
특히 100억달러 탑 이상을 받은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은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50억달러탑, 150억달러탑을 수상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수출의 탑을 받았던 기업은 이전 실적을 뛰어넘어야만 받을 수 있다"며 "전반적인 수출 부진으로 인해 수출의 탑 포상을 신청한 기업 수가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수출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 감소세가 유력하다. 수출이 2년 연속 뒷걸음질 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는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를 비롯해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이귀영 디와이오토 대표, 임근조 에스티팜 대표,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등 5명이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리우펑 알리바바그룹 티몰 글로벌 대표 등 5명은 은탑산업훈장을, 신동성 성안기계 대표 등 9명은 동탑산업훈장을, 최영철 사나그룹 대표이사 등 9명은 철탑산업훈장을 각각 수상했다. 중소ㆍ중견기업 수출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총 포상자 678인(단체포상 2개 제외) 중 552인이 중소ㆍ중견기업 종사자로 선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정국과 부진한 수출 실적 등을 감안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로 53회를 맞이한 무역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해외순방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단 두번뿐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이 지난달 2.7% 증가로 전환됐고, 이런 증가세가 유지되면 수출부진의 터널을 서서히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우리의 수출 능력을 다시 한 번 리빌딩(rebuilding)해 세계시장에 도전하자"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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