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팔랑크스

시계아이콘01분 18초 소요

[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팔랑크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AD

 팔랑크스(Phalanx)는 아테네 사람이다. 전쟁의 역사나 군사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전쟁기술을 배워 아테네인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은 전쟁이 터지면 스스로 무장을 준비해 참전했다. 그러므로 그리스군은 훈련된 병사가 아니라 무장을 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오른손에 사리사(sarissa)라는 2.5m가량의 긴 창을 들고 왼팔로는 커다란 방패로 자신의 몸과 왼쪽에 선 병사의 몸 일부를 가려주는 형태로 바짝 다가서 밀집진형을 짰다. 양쪽 날개부분은 소수의 기병들이 보호했다. 이 밀집전투대형(密集戰鬪隊形)을 '팔랑크스'라고 한다.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면 팔랑크스가 맞붙어 먼저 대열이 깨지는 쪽이 지곤 했다. 팔랑크스는 제대로 대열을 갖추지 않은 외적(外敵)의 보병부대와 싸울 때 위력을 발휘했다.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와 전투를 할 때 지상군의 수가 대등할 경우 페르시아군은 그리스군의 팔랑크스를 깨뜨리지 못했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30만 대군을 휘몰아 그리스를 침공한 제3차 페르시아전쟁에서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스파르타의 정예병력 300명이 소수의 동맹군과 테르모필라이에서 페르시아군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것도 대군이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지형을 활용한 팔랑크스의 방어능력 덕분이었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와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식 팔랑크스를 다듬고 발전시켜 왕국의 전성기를 연다. 마케도니아의 팔랑크스는 6.5m미터 가량의 매우 긴 창을 들고 더 촘촘한 밀집대형을 이루어 방어력을 높였다. 이들은 기병대와 경장보병(輕裝步兵)을 함께 이용해 팔랑크스를 주전력으로 활용하고 경장보병은 팔랑크스의 측면을 방어하였다. 기병대는 적의 후방과 측면을 공격하였다. '망치와 모루'로 표현하는 이 전술은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효과적인 전술로 사용되었다. 훗날 로마를 공포에 떨게 만든 한니발의 전술도 이 망치와 모루 전술을 발전시킨 포위섬멸작전이다.


 시민들이 어깨를 맞대 서로를 지지해주는 진형에 개인의 생명과 도시국가의 흥망성쇠를 맡겨야 했기에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싹텄다는 주장도 있다. 계급을 나누고 앞뒤와 위아래를 가려서는 팔랑크스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군은 시민의 군대였고, 팔랑크스는 시민이 어깨와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한몸을 이루는 진형이다. 어깨와 어깨가 단단히 결합할수록 병사들은 안전하고 더욱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 대형이 흐트러지면 궤멸적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오늘 우리는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저 촛불, 어깨와 어깨를 맞댄 시민들의 장엄한 행렬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팔랑크스를 본다. 그들이 밝힌 불빛은 시대의 어둠을 꿰뚫고 하늘 끝까지 뻗어나간다. 어깨와 어깨가 철석같은 신뢰와 용기로 결합하는 한 그들은 안전하며 사랑과 자유와 용기로 충만한 이 민주주의의 군대를 이길 적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 "가자, 가자, 이 어둠을 뚫고. 우리 것 우리가 찾으러".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115:53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뷔 얼굴' 하나로 국적이 바뀌었다…한국어만 들어가면 불티나게 팔려

    지난달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come TOKYO)'는 일본 뷰티 브랜드 '윤스(Yunt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로 북적였다.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매장은 K팝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 뷔의 대형 사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스는 지난해 10월29일 뷔를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윤스를 K뷰티 브랜드로 오

  • 26.01.2107:05
    "韓국적 갖고싶다" 뜨거운 인기…日돈키호테 점령한 K뷰티⑦
    "韓국적 갖고싶다" 뜨거운 인기…日돈키호테 점령한 K뷰티⑦

    지난달 일본 최대 뷰티 편집숍 '앳코스메 도쿄(@come TOKYO)'는 일본 뷰티 브랜드 '윤스(Yunth)'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로 북적였다.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의 거리 '하라주쿠'에 위치한 매장은 K팝 아이돌인 방탄소년단(BTS) 뷔의 대형 사진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스는 지난해 10월29일 뷔를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일부 방문객들은 윤스를 K뷰티 브랜드로 오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2116:08
    ③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시사쇼]
    ③장충단공원 이준 열사 동상과 오세훈 시장의 특별한 관계[시사쇼]

    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성동구청장) ②장미경(박홍근 의원) ③송현옥(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5선에 도전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