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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팔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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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팔랑크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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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랑크스(Phalanx)는 아테네 사람이다. 전쟁의 역사나 군사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전쟁기술을 배워 아테네인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은 전쟁이 터지면 스스로 무장을 준비해 참전했다. 그러므로 그리스군은 훈련된 병사가 아니라 무장을 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오른손에 사리사(sarissa)라는 2.5m가량의 긴 창을 들고 왼팔로는 커다란 방패로 자신의 몸과 왼쪽에 선 병사의 몸 일부를 가려주는 형태로 바짝 다가서 밀집진형을 짰다. 양쪽 날개부분은 소수의 기병들이 보호했다. 이 밀집전투대형(密集戰鬪隊形)을 '팔랑크스'라고 한다.


 그리스의 도시국가(폴리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면 팔랑크스가 맞붙어 먼저 대열이 깨지는 쪽이 지곤 했다. 팔랑크스는 제대로 대열을 갖추지 않은 외적(外敵)의 보병부대와 싸울 때 위력을 발휘했다.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와 전투를 할 때 지상군의 수가 대등할 경우 페르시아군은 그리스군의 팔랑크스를 깨뜨리지 못했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30만 대군을 휘몰아 그리스를 침공한 제3차 페르시아전쟁에서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스파르타의 정예병력 300명이 소수의 동맹군과 테르모필라이에서 페르시아군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것도 대군이 통과하기 어려운 좁은 지형을 활용한 팔랑크스의 방어능력 덕분이었다.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와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식 팔랑크스를 다듬고 발전시켜 왕국의 전성기를 연다. 마케도니아의 팔랑크스는 6.5m미터 가량의 매우 긴 창을 들고 더 촘촘한 밀집대형을 이루어 방어력을 높였다. 이들은 기병대와 경장보병(輕裝步兵)을 함께 이용해 팔랑크스를 주전력으로 활용하고 경장보병은 팔랑크스의 측면을 방어하였다. 기병대는 적의 후방과 측면을 공격하였다. '망치와 모루'로 표현하는 이 전술은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효과적인 전술로 사용되었다. 훗날 로마를 공포에 떨게 만든 한니발의 전술도 이 망치와 모루 전술을 발전시킨 포위섬멸작전이다.


 시민들이 어깨를 맞대 서로를 지지해주는 진형에 개인의 생명과 도시국가의 흥망성쇠를 맡겨야 했기에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싹텄다는 주장도 있다. 계급을 나누고 앞뒤와 위아래를 가려서는 팔랑크스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군은 시민의 군대였고, 팔랑크스는 시민이 어깨와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한몸을 이루는 진형이다. 어깨와 어깨가 단단히 결합할수록 병사들은 안전하고 더욱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 대형이 흐트러지면 궤멸적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오늘 우리는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저 촛불, 어깨와 어깨를 맞댄 시민들의 장엄한 행렬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팔랑크스를 본다. 그들이 밝힌 불빛은 시대의 어둠을 꿰뚫고 하늘 끝까지 뻗어나간다. 어깨와 어깨가 철석같은 신뢰와 용기로 결합하는 한 그들은 안전하며 사랑과 자유와 용기로 충만한 이 민주주의의 군대를 이길 적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 "가자, 가자, 이 어둠을 뚫고. 우리 것 우리가 찾으러".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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