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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굴뚝은 구부리고 땔나무는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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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굴뚝은 구부리고 땔나무는 옮겨라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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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에서 오도 가도 못 하던 선박들이 대부분 항구에 들어가 화물을 내리면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부도 비정상 운항선박의 입항이 마무리된 지난달 말 '해운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한진해운 사태가 사실상 종료됐음을 알렸다. 그러나 무역업계는 여전히 물류대란이 할퀸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환자는 아파 죽겠는데 의사는 다 나았다는 격이다.


물류대란 발생 초기 수출업체들은 바이어의 신뢰 훼손을 크게 걱정했다. 한진해운에 수출화물을 실은 중소화주들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급히 물품을 재생산해 항공편으로 보냈다. 하역비에 추가 비용까지 들었다. 몇몇은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진해운 사태는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부와 한진해운이'네 탓'공방을 하는 동안 화주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애초에 한진해운의 운명은 시장에서 결정됐어야 했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관련 업계가 인수합병에 먼저 나섰다가 여의치 않을 때 금융기관이 개입했다면 굳이 정부가 한진해운의 운명을 가를 필요도 없었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금융논리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복합적인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외 시장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요인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위기가 가시화하면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컨트롤타워가 신속하게 가동돼야 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국제 해운시장 일각에서 '더 이상 한국 선박에 화물을 맡길 수 없는 것 아니냐'하는 소리가 나온다. 메이저 해운기업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고전 중인 우리 국적선사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내 화주들이라도 국적선사를 많이 이용해야 할 텐데 시장에서 형성되는 운임을 외면하고 애국심만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가 나서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국내 화주에게 항만 이용료 할인 같은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한서(漢書)' '곽광전편'을 보면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유래가 나온다. 길 가던 나그네가 어떤 집을 보니 굴뚝은 반듯하게 뚫려 있고 곁에는 땔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굴뚝의 구멍을 구부리고 땔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기십시오"라고 조언했지만 주인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집에 큰 불이 나는 바람에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집 주인을 구하고 집도 다 타기 전에 불길을 잡았다. 주인은 감사의 표시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과 술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때 한 사람이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나그네의 말을 들었더라면 불이 날 일도 없었거니와 이렇게 술과 고기를 낭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오. 정작 조언을 해준 나그네에게는 보상이 가지 못하고 머리 그슬리고 이마를 데며 불을 끈 사람은 상객이 되었군요."


놀라우리만치 한진해운 사태에 들어맞는 이야기다. '화근(한진해운 위기)'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큰 불(물류대란과 화주피해)'이 났고 상은 '불 끈 사람(외국선사)'에게 돌아갔으니 말이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요즘처럼 수출부진이 장기화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핵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요인이 겹치는'칵테일 위기'까지 몰리면서 무역업계의 어려움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은 치워놓는 '곡돌사신'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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