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건설·엔지니어링 내년 2월까지 합병
대기업들 줄줄이 합병…"경쟁력 약화 우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고부가가치산업인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데다 엔지니어링 기술의 고도화 없이 시공위주의 사업으로 수익성이 따라주지 않고 있어서다. 2000년대 중반 고유가·엔고·고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엔지니어링업계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퇴조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을 내년 2월까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이 건설로 흡수합병되는 방식이다. 대우엔지니어링으로 출발해 2008년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된 지 8년 만이다. 포스코그룹에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두 계열사를 통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리 비용을 줄인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업계에선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점이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포스코건설은 올 3분기에만 1062억원의 손실을 보며 누적 28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포스코엔지니어링도 지난해 영업손실 23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구조조정과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다.
고도성장기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를 별도 계열사로 뒀던 대기업들은 이처럼 둘을 합병하는 일이 늘고 있다. LG엔지니어링은 1999년 8월 LG건설(현재 GS건설)에 흡수합병됐고, 코오롱엔지니어링도 2000년 6월 코오롱건설에 합병됐다. 이후 LG그룹은 2010년 LG도요엔지니어링을 설립했으나, 지난해 서브원이 이를 흡수합병했다.
현재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의 전신도 대림엔지니어링이다. 두 회사는 1998년 합병했다. 대림엔지니어링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시작할 정도로 주요 계열사였다. 이 부회장은 대림엔지니어링에 1995년 입사, 해외에서 EPC(설계·구매·시공) 플랜트 사업을 경험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다. 한 관계자는 "건설, 플랜트, 해양산업 등 EPC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엔지니어링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라면서 "이대로 가면 제조업 경쟁력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해외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단순 시공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어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는 않다. 삼성그룹이 3세로의 경영 승계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사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간의 다양한 방식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합병설이 돌았다. 그러나 2011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를 합병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두 회사는 최근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 해외에서 각종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의 엔지니어링업계 지원 대책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관련 연구개발·교육을 강화하고 공공공사에서 엔지니어링사를 배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반복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책과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사업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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