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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작'으로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 66억 달러 이탈…사상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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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주식시장에서도 54억 달러 유출
주식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시그널 분석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등으로 신흥국 자금 이탈 당분간 지속될 듯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불허의 인물인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되자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이 신흥국 채권시장을 강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에는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채권 펀드 자금 흐름(단위: 백억 달러)>

'트럼프 발작'으로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 66억 달러 이탈…사상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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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글로벌 펀드 시장 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0~16일 신흥국 채권에서 주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인 66억 달러(약 7조7642억원)가 유출됐다. 이는 펀드 총자산의 1.96%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해 주간 평균 유출 규모가 자산의 0.25~0.30%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주 신흥국 채권시장을 덮친 ‘트럼프 탠드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도 54억 달러(약 6조3525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8월말 이후 최대 규모다.


신흥국 자금 이탈은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환매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촉발된 달러 급등, 국채금리 급등,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가능성 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주 동안 미국 투자 주식형 펀드에는 307억 달러(약 36조1154억원)가 몰렸다. 이는 펀드 총자산의 0.76%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주식에 3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은 2014년 12월 셋째 주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미국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에서는 펀드자금의 0.36%인 81억 달러(약 9조5288억원)가 순유출됐다. 미국 10년 만기국채 금리는 미국 대선일인 지난 8일(현지 시간) 연 1.88%에서 18일에는 연 2.34%로 급등했다. 고속도로, 공항 등 인프라에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찍어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호무역과 인프라 투자, 법인세 15%로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전 세계 자금을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레이건 행정부 때 경제자문위 의장을 지낸 마틴 팰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기업의 해외 이익을 미국으로 들여와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 나타난 이같은 자금 흐름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통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브렉시트 이후 달러약세-선진국 통화정책 기대-신흥국 통화강세 연대가 만든 신흥국 자산 매수 포지션이 가파르게 청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채권 가격 급락과 미국 주식 최고치 조합은 ‘그레이트 로테이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달러 강세로 환차손이 커질 경우 외국인 자본이 동반 유출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은 미국 내 자산간의 흐름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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