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현직 총리가 박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17일 언론에 배포한 개인 입장발표문에서 "지금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실 규명 작업이 한창인데 실체와 증거보다는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 그 또한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진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보도를 통해 모든 내용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금기시하는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총리로 재직하면서 회의나 면담 등의 기회에 대통령을 많이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저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면 국정이 경직되기 쉽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외부의 조력이 없이는 판단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일부의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가깝게 지냈고,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해 사익을 도모했다는 정황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며 "최순실이 저지른 불법·위법 행위에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이 있다면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가 예정돼 있다. 진실은 가려질 수 없다"며 "진실이 규명된 후 상응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고 하야와 탄핵이라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4년 차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제가 갖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민적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라며 "검찰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국면에서 입을 연다는 게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의 몰매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때 침묵하는 건 오히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냉정을 되찾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총리-부총리 협의회'에 참석해 "그간 정상적으로 추진해온 국정과제 및 개혁과제 등이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해명하고 정책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국민들께서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면서 "중앙부처 및 일선 공직자들의 사기가 저하돼 동요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 장관들이 나서서 소속 직원들을 격려하고 일체감 회복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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