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선거 운동 기간에 성소수자와 여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요직에 게이와 여성을 각각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포천지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공개적으로 게이인 사실을 인정한 리처드 그레넬 전 유엔 대표부 대변인을 유엔대사에, 론나 롬니 맥대니얼 공화당 미시간 위원장을 첫 여성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으로 각각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레넬이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로 게이 출신이 장관급에 오르게 된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밋 롬니 후보의 안보팀 소속으로 활동했고,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부에서 유엔대표부의 미국 대변인을 지냈다.
RNC 위원장 물망에 오른 맥대니얼은 트럼프를 지속적으로 비난해온 밋 롬니 전 매차수세츠 주지사의 조카딸이지만 선거 초기부터 트럼프를 지지해왔다. 맥대니얼이 RNC 위원장이 되면 사상 처음으로 RNC 여성 위원장이 탄생된다.
외신들은 이 같은 인사가 트럼프가 경선 과정에서 보인 여성 비하와 게이 혐오 이미지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앞서 인종주의 논란의 중심에 선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선임한 것을 두고 트럼프의 인사 철학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창업자인 배넌은 유대인과 무슬림, 흑인, 소수계 인종을 반대하는 모욕적인 주장을 지속해왔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배넌을 두고 "매우 능력이 있는 사람" "어떻게 하면 이기는 지 아는 사람"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어 여성과 게이를 포용한다는 이번 인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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