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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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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우리가 너네들 보러 온 거야!"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황제펭귄 한 쌍이 새끼를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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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남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시아경제는 오는 18일까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현장 취재한다. 지난해 아라온 호에 탑승해 현장 취재한 [북극을 읽다]에 이어 [남극을 읽다]를 연재한다.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의 활동과 남극의 변화무쌍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남극은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기지가 들어서 남극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남극을 통해 아주 오래 전 지구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남극을 읽다]를 통해 남극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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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간) 마침내 황제펭귄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날씨와 장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펭귄은 남극의 대표적 동물입니다. 북극의 '북극곰'처럼 남극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동물이 펭귄입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헬기를 타고 약 15분 정도 비행하면 '케이프 워싱턴(Cape Washington)' 지역이 나옵니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케이프 워싱턴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 6만~7만 마리의 황제펭귄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습니다.


헬기에서 본 황제펭귄들의 무리는 시커먼 점들로 보였습니다. 하얀 설원을 뒤덮었습니다. 하얀 설원은 황제펭귄들로 가득해 빈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케이프 워싱턴은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가까워 해빙, 해양, 항공을 통한 접근이 쉽습니다.

생각보다 황제펭귄은 컸습니다. 성인의 허리까지 이를 정도였습니다. 헬기에서 내렸을 때 조금은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황제펭귄들은 인간의 출현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황제펭귄들이 무리 지어 서 있다. 중간중간에 새끼들이 보인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히려 황제펭귄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긴장하는 눈치는 보였는데 도망가거나 두려워하는 표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황제펭귄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보러오는 상황이었습니다. 펭귄들이 인간을 구경하러 오는 묘한(?)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저 멀리 황제펭귄이 집단으로 살고 있는 '메인 콜로니'가 보였습니다. 메인 콜로니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황제펭귄 무리들이 보였습니다. 펭귄을 연구하는 정호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이렇게 메인 콜로니에서 떨어져 나온 황제펭귄들은 번식에 실패한 펭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연구팀이 접근하자 황제펭귄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활제펭귄은 매년 5월에 얼음이 얼면 이곳 케이프 워싱턴 얼음 위에서 교미와 번식을 합니다. 이때 날씨가 매우 춥기 때문에 알을 품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알이 얼지 않게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정 박사는 "초보 암컷과 수컷이 알 품기에 대해 교대를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해 알이 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알이 얼면 터져버려 번식에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제펭귄의 번식률은 60~70% 정도입니다. 10개의 알 중 3~4개는 부화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정 박사는 "암컷과 수컷이 알을 다리 위에 올려놓고 얼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초보 어미와 수컷들이 의외로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알을 품는 것도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현재 이곳 케이프 워싱턴 지역에는 약 6만~7만 마리의 황제펭귄이 살고 있습니다. 새끼가 1만9000 마리, 암컷과 수컷이 각각 2만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황제펭귄 특유의 빛깔과 새끼들까지 합쳐져 케이프 워싱턴은 그야말로 펭귄들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황제펭귄들이 한 마리의 새끼를 빙 둘러싸면서 보호하고 있다.


번식에 실패한 황제펭귄 무리를 지나자 황제펭귄의 '메인 콜로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은 사람의 접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메인 콜로니'에는 암컷과 수컷 황제펭귄들에 둘러싸인 새끼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법 컸습니다.
황제펭귄들도 역할이 있습니다. 우선 새끼들이 제일 안쪽에 위치하고 바깥에는 'Guard(보초)'가 있습니다. 우리가 다가서자 보초 역할을 맡은 황제펭귄들은 '웨에엑~~웨에엑~~'소리를 지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동하자 배를 깔고 눈 위를 미끄러지며 같이 따라왔습니다.


새끼 한 마리를 여러 펭귄들이 둘러싸며 이동했습니다. 새끼를 보호하는 황제펭귄의 의지는 매우 강했습니다. 펭귄 탁아소에도 역할 펭귄들이 있습니다. 탁아소를 관리하는 황제펭귄 등 그 역할에 따라 다양합니다.


황제펭귄을 위협하는 새가 있습니다. 스쿠아(Skua)라고 부르는 '도둑갈매기'입니다. 이날도 도둑 갈매기 수십 마리가 하늘을 비행하면서 호시탐탐 새끼펭귄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보초' 역할을 맡은 황제펭귄은 도둑 갈매기의 동태를 면밀히 살핍니다.


위협이 되면 소리를 통해 서로 정보를 나눕니다. 새끼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둑 갈매기는 어미들이 한 눈을 파는 사이 보호망에서 벗어나는 새끼를 노립니다. 이 새끼를 부리로 쫍니다. 새끼가 죽으면 어미 펭귄은 미련 없이 떠나버립니다. 도둑 갈매기가 노리는 수법입니다. 가는 도중에도 몇몇 죽은 새끼가 보였습니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케이프 워싱턴에는 황제펭귄 7만 마리가 살고 있다.


수만 마리가 집단으로 살고 있는 케이프 워싱턴은 황제펭귄의 배설물로 가득했습니다. 배설물의 색깔은 짙은 녹색이었습니다. 정 박사는 "황제펭귄의 주요 먹이는 크릴새우"라며 "크릴새우를 먹은 뒤 배설물을 보면 분홍빛"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짙은 녹색의 배설물은 남극은어 치어 등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치어와 갑각류 등을 먹으면 배설물의 색깔이 녹색으로 나타납니다.


올해 황제펭귄 연구에는 다큐멘터리 전문가 임완호 프로듀서(PD)가 동행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처음 '드론'을 이용한 황제펭귄 개체수 파악에 나섭니다. 임 PD는 "케이프 워싱턴에서 영상 촬영 장치를 단 드론으로 고해상도 사진은 물론 이를 통해 황제펭귄의 개체수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끼들과 다 큰 펭귄들을 선명하게 구분할 정도로 해상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남극의 상징인 '펭귄'은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황제펭귄의 먹이인 크릴새우는 해빙을 따라 움직이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해빙이 많이 녹게 되고 이는 크릴새우의 증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궁극적으로는 황제펭귄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펭귄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에 '낯선 이'도 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없는 아델리 펭귄 한 마리가 우리를 보더니 쏜살같이 미끄러져 도망을 쳤습니다. 아델리 펭귄은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300㎞ 떨어져 있는 케이프 할렛 등에서 관찰되는 펭귄입니다.


황제펭귄 새끼들은 12월 중순이 되면 회색 털을 벗고 발밑에서부터 황제펭귄 고유의 털로 바뀝니다. 이때가 되면 새끼 곁을 지켜주던 어미도 떠납니다. 독립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어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한 뒤 5월에 다시 이곳 케이프 워싱턴으로 돌아와 번식을 합니다.


황제펭귄은 오랫동안 남극을 지켜온 주인입니다. 인류가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이들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호성 펭귄 박사 "펭귄 통해 남극 생태계 본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정호성 박사


"내년부터 이곳 케이프 워싱턴에 연중 모니터링 카메라를 설치한다."


정호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펭귄 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장보고 과학기지가 완공되자 약 30㎞ 떨어진 케이프 워싱턴을 먼저 찾았다. 황제펭귄의 집단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황제펭귄에 대한 연구는 시작 단계"라며 "올해 드론으로 개체수 파악에 나서고 내년에는 연중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한 단계 진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프 워싱턴 뒤편에 낮은 산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케이프 워싱턴과 함께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약 300㎞ 북쪽으로 가면 케이프 할렛 지역이 있다. 이곳은 아델리 펭귄이 살고 있다. 정 박사는 "11월 말에 이곳으로 들어가 약 일주일 동안 뉴질랜드 연구팀과 캠핑을 할 예정"이라며 "아델리 펭귄을 연구하면 이들의 먹이인 크릴새우 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릴새우의 증감은 남극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정 박사는 "기후변화로 해빙이 줄어들고 원양어선의 포획 등으로 크릴새우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며 "이는 곧바로 펭귄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데 우리가 연구하는 아델리 펭귄 등을 통해 해양생태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카메라는 위성으로 원격 제어돼 겨울에도 펭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동계 실시간 모니터링과 하계 현장 연구를 통해 입체적 펭귄 연구 시스템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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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 파악한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4차 월동대 송수환(왼쪽) 대원이 오존 존데를 준비하고 있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일정 주기를 갖고 오후 12시 30분 큰 풍선이 하늘로 떠오른다. 오존 존데(Sonde, 고층 기상 관측기)이다. 내년 11월까지 기상청에서 파견 나온 송수환 월동대원이 임무를 맡는다.


송 대원은 14일(현지 시간) 오전 9시부터 오존 존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풍선에 관측 센서를 달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민감한 센서를 다루는 일이어서 조심히 다뤄야 한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송 대원은 "9~10월에는 2주일에 세 번 정도 오존존데 풍선을 하늘로 날린다"며 "오존층 파괴가 심해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달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늘로 이 같은 센서를 반복적으로 보낸다. 기상청 요원인 송 대원이 하는 일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매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장보고 과학기지 내에 송 대원의 '일기예보'가 전해진다.


"14일 장보고 과학기지 날씨를 예보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기온은 영하 9도 정도 이고 풍속은 초속 3~6m 정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보고 과학기지는 분초를 다퉈 날씨가 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대원들이 외부로 연구를 위해 출동하는 날이면 날씨 정보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오존 존데와 함께 '오토(Auto) 존데'도 있다. 오토 존데는 미리 셋팅해 놓으면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대기권으로 풍선이 발사된다. 오토 존데를 통해 고도별 풍향, 풍속, 기온, 습도 등의 데이트를 수집한다.


남극의 오존층은 지구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기상을 정기적으로 관측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장보고 과학기지에서는 8km 떨어진 이탈리아 '마리오 주켈리' 기지와 협력해 오존층은 물론 여러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남극을 읽다]"황제펭귄을 만나다" ▲오존 존데가 하늘로 날아 오르고 있다.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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