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미국의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13일(현지시간) 재임 기간 백악관 비서실장과 수석전략가 겸 고문을 임명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첫 공직 임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번 발표에서도 트럼프는 최근의 이념적 지향과 현실적 고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이날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44)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공화당 주류 진영의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꼽힌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거부하려는 공화당 주류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공화당의 원내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프리버스는 트럼프와 기존 정치권 및 공화당 주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는 2004년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뒤 2007년 위스콘신주의 최연소 공화당 의장으로 선출됐고, 이후 2010년엔 38세의 나이로 RNC 위원장까지 오른 집념의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승리 연설 당시에도 프리버스를 따로 연단에 세워 연설할 기회를 주며 각별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가 프리버스를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기존 정치권과의 교류와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지난 11일 공화당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를 신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이와 같은 연장 선상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내부 측근 그룹에선 기존 정치인 출신 중용에 대해 반발도 거셌다는 후문이다. 기존 정치권을 갈아엎겠다는 트럼프의 공약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를 감안, 인터넷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선거 캠프 공동 최고책임자를 맡아 왔던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으로 임명했다. 배넌은 강경보수주의자로 선거 당시 상대 당 후보는 물론 공화당 내 인물에게도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 공작가'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강경파다. 트럼프는 같은 날 기존 정치인과 강경 보수파 아웃사이더를 동시에 중용하는 용인술을 보여준 셈이다.
한편 정가와 언론에선 트럼프가 총애하는 장녀 이방카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 사위 제러드 쿠슈너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인수위 요직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선 당분간 이들을 당장 공직에 임명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기류가 나온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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