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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일어나야겠다 / 조말선

시계아이콘01분 10초 소요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아침,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은 저런 생각이거나 옷걸이에 걸린 스웨터는 아니라는 생각 어제 벗어던진 양말 두 짝이 시든 귤껍질처럼 나뒹굴다가 떠오를 수는 없다는 생각 이것은 단지 떠오르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좋은 생각인지 모르는 생각 한쪽 눈만 있다가 한쪽 눈을 더 얻어서 생긴 대칭의 구도가 아니라는 생각 두 귀가 먹었다가 한쪽 귀가 점차 가까워진다는 비교의 대상이 없는 생각 식탁 위에 놓인 머그잔이 아무리 공기를 머금어도 떠오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유리병 속에 담긴 매실이 유리병 속에 담긴 설탕과 상담해 볼 만한 생각 어떡하지, 어떡하냐구, 어떻게 받아들이냐구 이런 생각으로 석 달 열흘을 갇혀 있다가 방법도 없이 불쑥 떠오른 생각이 매실처럼 떠오르는 생각 둥둥 떠오른 매실이 매실을 버린 생각 쪼글쪼글한 매실이 다시 매실을 머금는 생각


 어느 날 아침 둥둥 당신이 떠올랐다면 당신이 당신을 벗은 생각 검은 외투를 벗고 스웨터를 벗고 이너를 벗고 벗었다는 생각 그다음에 무엇을 껴입었는지는 당신도 모른다는 생각

 익사체처럼 떠올랐다는 생각 물고기 밥이 되기 전에 떠올랐다는 생각 가스가 차서 펑 터지기 전에 떠올랐다는 익사체의 생각



 눈을 뜨기는 떴는데 도무지 일어나기는 싫고 이불 속은 참 따뜻하고. 일어나기는 일어나야겠는데 꼭 당장 일어나야 할까 싶기도 하고. 그래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런데 일요일이 맞나? 맞겠지 뭐,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발가락이나 꼼지락거리자. 조금만 그러고 있자.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민데, 누구 좀 대신 일해 줄 사람 없나? 그런 사람 있으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두 명이나 세 명이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면 나 말고 두 번째 나하고 세 번째 나는 일요일에도 일만 하는 건가. 불쌍하다. 그런데 내가 나한테 미안해야 하나? 그러거나 말거나 저 외투랑 스웨터랑 속옷들은 왜 저기 있는 거지? 빨래는 해야겠다. 빨래는 해야겠는데, 어젯밤 회식 때 별일은 없었겠지? 괜히 머쓱해지고, 아무 일 없었겠지 뭐, 그냥 그렇게 믿자, 믿으련다. 그러든 말든 지금은 다만 "식탁 위에 놓인 머그잔이" 둥둥 떠서 이리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뿐.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홍차도 괜찮고. 그냥저냥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아침". 일어나기는 일어나야겠지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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