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검찰 수사의 시계가 박근혜 대통령에 거의 다다른 모양새다.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이나 속속 드러나는 각종 정황이 사태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서 있다는 걸 점점 더 직접적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광고감독 차은택씨 신병 확보로 수사의 전환점을 맞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0일 차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의혹을 단초로 박 대통령과 이번 사태의 연결점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이었던 광고업체 포레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견 광고업체 대표 한모씨에게 회사 인수 후 지분 80%를 넘기라고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다. 최씨의 위세를 등에 업은 차씨가 안 전 수석, 송 전 원장 등과 함께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그간 제기된 의혹의 내용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차씨의 진술에서 수사의 큰 줄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은 최근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광고사 매각 과정에서 관심을 보였고, 박 대통령 뜻이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차씨 또한 박 대통령과 최씨가 연루된 정황을 대체로 시인하는 편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차씨가) 혐의를 부인한다거나 거짓말하는 그런 태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 "진술 태도가 썩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안 전 수석은 최씨가 좌지우지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기업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고,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거듭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녹음 파일에서는 그와 최씨가 각종 정책현안 등을 두고 나눈 대화가 발견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그에게 '최씨에게 보여주라'는 취지로 지시한 내용의 대화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연루된 금전 관련 의혹과 국정농단 의혹 등 사태의 큰 줄기인 두 갈래의 의혹 모두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소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둘을 소환할 방침이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보안 등 전산체계를 총괄한 만큼 최씨에게 각종 문건이 유출되는 데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씨가 청와대 정문을 통해 박 대통령 관저에 '제 집 드나들듯' 하는 걸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대면수사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동시에 박 대통령 수사 방식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방문조사가 유력한 가운데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등 몇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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