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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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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깊어가는 가을빛, 고요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정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천년고찰 불회사 선방앞에 가을빛이 그득하다. 수 백년은 묵었을 법한 단풍나무는 붉은잎을 달고 날개짓을 하듯 V자로 활짝 펼치고 있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나주는 단풍이 늦게 물들어 만추 여행지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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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전남산림환경연구소의 아담한 메타세쿼이아길의 가을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영산강의 아침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入冬)을 지났습니다. 만추(晩秋)의 계절을 만끽하기도 전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가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제 가을빛이 시작된 곳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작은 한양(小京)'으로 불렸던 전남 나주땅입니다. 굽이굽이 골짜기마다 아름다운 소경(小景)이 가득합니다. 그중 천년고찰 불회사는 꽃불을 지핀 듯 붉은 색과 오색영롱한 색상의 단풍이 매혹적입니다. 바람이라도 불어온다면 흩날리는 낙엽에 그만 마음을 뺏길지도 모릅니다. 이곳 단풍은 매우 늦게 물들어 만추 여행지로 제격입니다. 참 절집 입구에 서 있는 석장승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해학적인 모습을 한 툭 불거진 눈의 석장승 앞에 서면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금성산의 단풍숲과 전남산림환경연구소의 아담한 메타세쿼이아 숲길, 도래마을의 고색창연한 한옥의 돌담도 가을 운치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입이 즐거운 '나주 3미(味)'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래서 만추의 여행지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주를 권합니다.

덕룡산(해발 376m) 중턱에 터를 잡은 불회사는 '부처님이 모이시는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은 천년 고찰이다.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숲에 아늑하게 둘러싸인 절집은 늦가을 단풍 때깔이 아낙네의 연지만큼이나 곱다.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절 중 하나로 꼽히는 불회사는 384년(백제 침류왕 1년) 인도승 마라난타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늘에서 보면 연꽃 속에 들어앉은 모양새다. 과거 마라난타가 법성포에 첫발을 디딘 후 영광에 불갑사를 짓고 그 다음에 지은 불회사에서 법회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절집으로 드는 길에서는 몇 번이고 발걸음이 멈춰진다. 일주문을 지나자 불국토로 향하는 돌길 위에 새겨진 연꽃이 먼저 반긴다. 진흙 속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은 청정무구한 열반의 경지를 뜻하는 꽃.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범부의 혼탁한 마음이 연꽃처럼 맑아진다.


울긋불긋 깊어가는 가을숲길은 편안하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비자나무도 어우러져 운치를 돋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편백숲 사이로 드는 빛에 반짝이는 단풍나무는 황홀하다. 주차장에서 15분 남짓한 산책은 아쉬울 만큼 호젓하고 아름답다.


불회사 입구에는 석장승(중요민속자료 11호) 한 쌍이 반긴다. 시골 촌부의 순박한 얼굴처럼 친근하고 익살스럽다. 400여년전 만들어진 석장승은 사찰 영역의 부정을 막기 위해 수문장 역할을 한다. 오른쪽이 남장승, 왼쪽이 여장승이다.


남장승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은 얼굴 조각선이 깊고 인상적이다. 커다란 돌기형 코가 도드라진다. 표정이 온화한 여장승은 웃는 인상이다. 남도 특유의 해학이 깃든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석장승을 지나면 단풍빛이 갈수록 곱게 비치다가 이윽고 불회사에 다다른다. 진여문을 지나 누마루를 거쳐 대웅전 앞마당에 오른다. 덕룡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절집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대웅전 뒤편에는 늙은 동백나무와 비자나무가 숲을 이뤄 운치를 더해준다. 소박한 절집은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가을 산사의 멋을 온전히 내보인다.


웅장한 불회사의 대웅전(정조 23년에 중건)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풍모다. 날아갈 듯한 지붕 추녀의 끝을 우람한 기둥이 꼭 붙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웅전의 본존불로는 종이로 만든 건칠불상인 비로자나불이다. 그 좌우로 흙으로 만든 관세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이 놓여 있다.


선방 앞에는 명물 단풍나무가 있다. 수백년 묵었을 법한 단풍나무는 붉은잎을 달고 가지를 V자 모양으로 활짝 펼치고 있다. 선방 돌계단을 올라서면 붉은빛이 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붉은 단풍나무 뒤로 절집 처마와 노랑 은행나무잎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불회사 단풍은 매우 늦게 물든다.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11월초가 되어야 단풍이 시작해 11월 중순을 지나야 절정을 이룬다.


절집에서 나오는 길에 운흥사를 들러보자. 조선 후기의 대선사인 초의선사가 출가한 곳이다. 500년 된 은행나무와 다닥다닥 열매 맺은 감나무, 스님이 제조하는 엽전 모양의 전차(錢茶)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나주에서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는 금성산(해발 451m)이다.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은 서울의 삼각산과 닮아 '소경'이라고도 불린다. 동쪽으로 광주 무등산, 남쪽으로 영암 월출산과 마주보고 있다. 견훤과 왕건이 접전을 벌였다는 금성산성지가 있는 산정에 오르면 나주시가 한눈에 잡힌다. 발아래 영산강 물길도 손금처럼 보인다.


금성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산길은 아늑해서 걷기에 좋다. 길을 걷다 보면 초록 때깔이 선명한 야생차 군락을 만난다. 고려시대 임금께 진상했던 뇌원차를 만들었던 나주는 그만큼 야생차 맛이 뛰어나다. 매년 10~12월이면 소담스러운 야생차 꽃이 피고 진다.


나주에는 멋스러운 전통마을인 도래마을이 있다. 이곳은 18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도 다니지 않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이 마을은 한옥과 기와 돌담이 제법 멋스럽다. 작은 못을 앞에 두고 기품 있게 앉아 있는 양벽정과 영호정을 지나 돌담길을 돌면 풍산 홍씨 일가의 전통 가옥들을 만날 수 있다.


도래마을을 찾았다면 인근에 있는 전남산림환경연구소를 지나치지 말자. 무엇보다 이곳의 압권은 정문에서 연구소까지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보다 짧지만, 폭이 좁아 비밀스럽고 안온한 느낌이다.


나주=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와 천안, 논산고속도로를 타고 호남고속도로 종점에서 산월나들목으로 나와 광주 제2순환도로를 탄다. 순환도로 요금소를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나주다.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볼거리=영산강을 빼놓을 수 없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고 영산포구와 등대가 있다. 황포돛배도 운행된다. 나주목의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는 나주목 문화관과 금성관, 목사내아 등도 좋다. 또 나주영상테마파크, 남평역, 천연염색박물관, 나주반 등 볼거리가 많다.


[여행만리]더 깊은 가을을 향한, 붉은 날갯짓

△먹거리=영산포 홍어와 나주 곰탕, 구진포 장어를 나주 3미(味)로 부른다. 그중 나주곰탕(사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인 나주장터에서 장돌뱅이들과 장보러 나온 백성들에게 국밥을 팔던 것이 시초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소뼈 대신 양지나 사태 등 살코기로 육수를 내기 때문. 뒷맛이 맑고 시원하고 담백하다. 금계동 나주곰탕 거리에는 '하얀집' '남평' '노안' 등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곰탕집이 몰려 있다.
임금께 진상한 영산포홍어는 그 맛이 깊어 홍어 중 최고로 쳐준다. 홍어거리에 맛집들이 즐비하다. 영산강에 자리한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민물장어 서식지다. 지금은 자연산 장어를 보기가 쉽지 않지만 특유의 조리법으로 장어 맛의 명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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