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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난방비' 챙겨주는 효자 정치인(?)…"사실은 생색내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초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앞다퉈 정부가 경로당 냉ㆍ난방비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규탄하며 예산 심의를 통해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견 정치권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색내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경로당 냉ㆍ난방비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면서 전국 경로당 6만4716곳에 대한 냉ㆍ난방비와 양곡 구입비 지원 예산 300억6300만원이 전액 미반영된 점을 비판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황,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해서라도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맞다"며 "국민의당은 우리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경로당 에어컨 시설 및 냉ㆍ난방비, 양곡비 지원예산의 편성을 위해 국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냉ㆍ난방비 예산이 정부 예산안에 배정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회는 반복적으로 정부가 전액 미반영한 경로당 냉ㆍ난방비를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전액 증액해왔다. 특히 이 예산은 예산 심사가 끝난 뒤 정당마다 자신들이 경로당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플래카드 등을 통해 예산 심사의 성과로 삼기 일쑤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 예산 당국이 경로당 냉ㆍ난방비를 삭감했고, 이를 정치권이 바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사실들이 빠졌다.

국회는 매년 경로당 난방비 문제를 처리하면서 별도의 부대의견을 둔다. 부대의견은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예산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방교부세법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예산 증액하는 것 외에도 별도의 부대의견을 두는 것은 사실 이 같은 예산편성이 '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은 민간 지원 보조사업에 대해 특별교부세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 역시 이와 관련해 경로당 난방비를 특별교부세로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경로당 난방비를 특별교부세로 교부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현행법대로라면 논쟁의 여지없이 예산을 통해 경로당 난방비는 지급할 수 없다. 정부는 어차피 국회가 예산을 편성할 것을 알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필요한 내역을 요구하고, 이를 예산에 배정하지 않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 국회는 이같은 예산안이 오면 정부를 규탄한 뒤, 예산을 증액하고, 저마다 자신들의 성과라고 홍보하는 수순을 밟는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통해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국회는 관련법은 손보지 않은 채 매년 법 위반을 통해 관련 예산을 챙겨 '효자'가 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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