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그는 야당 의원들이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의 상임감사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가 아닌가'라고 묻자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일주일 후인 25일 정 사장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조 감사는 행방불명이 됐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사건 때문이다. 그는 전날 오전 이사회 참석 후 사라져 26일까지 3일째 증권금융 본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가 돌연 사라진 것은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순실씨에게 사전 유출된 사건이 불거진 직후다. 조 감사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등 메시지 전달 업무를 10년간 담당해 온 만큼 그가 이번 연설문 유출 사건에 어떤 식으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는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조 감사가 이번 사건에 얼마나, 어떤 식으로 개입돼 있는지 직접 밝힐 필요가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조 감사는 방송 직후 몸을 감췄다. 휴대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기자가 직접 25일 저녁 찾은 조 감사의 아파트도 불이 꺼진 채 적막만이 흘렀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출입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현관문에는 전단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다음 날인 26일에도 그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비서한테 "오늘 하루 휴가"라는 짧은 전화만 남겼을 뿐.
전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으며 보안에 전전긍긍했던 증권금융은 이날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홍보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1층 안내데스크는 비서진과의 통화 요청에 '부재중'으로 대응했고, 전화번호 요청에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반응했다.
국감장에서 조 감사가 낙하산이 아니라고 했던 정 사장은 이날 오전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다만 1층 로비가 아닌 지하를 통해서다. 로비에 취재진이 몰려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피한 것이다. 조 감사나 정 사장 모두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피한다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지금처럼.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