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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韓 과학계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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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이 웃을'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가을은 깊어 가는데 우리나라 과학계는 우울합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사 시스템은 무너졌고 청와대와 미래부의 잦은 인사 간섭으로 자율성은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한 과학계 인사의 말(言)처럼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이 적당할 것 가습니다.


청와대와 미래부가 밀어붙인 출연연 원장이 주식문제로 중간에 사퇴해 버렸습니다. 이사회가 의결해 승인을 요청한 원장에 대해 미래부는 '불승인' 결정으로 대처했습니다. 오늘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과학과 전혀 관련 없는 '말(馬) 전문가'가 한국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응했다는 뉴스까지 보도됐습니다.

◆이사장 중간 사퇴 창의재단, '말(馬) 전문가'가 이사장 후보로?=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있던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1일 돌연 사퇴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22일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습니다. 두 이사장의 중도 사퇴를 두고 미래부 고위인사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과학을 읽다]韓 과학계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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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계 인사는 "미래부 고위인사가 정민근 연구재단 전 이사장을 여러 차례 불러 사퇴압박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승환 전 이사장도 미래부의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창의재단과 연구재단 이사장의 중도 사퇴에 대해 미래부 측은 "개인적 사유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창의재단 차기 이사장 공모에 '말(馬) 전문가'가 응모했다는 사실을 경향신문이 21일 단독 보도했습니다. 최순실 씨(60)의 딸 정유라 씨(20)의 입시·학점 특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이화여대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이 지목됐고 '말(馬) 전문가'이자 김 학장의 남편인 건국대 김 모 교수가 20일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과학계와 전혀 무관한 '말(馬) 전문가'가 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馬)이 웃을' 일입니다. 김 교수는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과학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창의재단은 당혹감에 빠졌습니다. 창의재단의 한 관계자는 "10명 정도가 이사장 공모에 응했고 오늘(21일) 서류심사를 진행한다"며 "다음 주에 면접심사를 실시해 3~5배수로 추려 미래부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창의재단의 새로운 이사장이 결정되기 까지 약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靑이 낙점한 표준연 원장 4개월 만에 사퇴=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원장이 지난 19일 돌연 사퇴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상장 주식이 문제가 됐습니다. 권 씨는 표준연 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담당 부처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문제없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뒤늦게 인사혁신처가 권 원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식을 처분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 공문을 받은 즉시 원장 직을 사퇴했습니다. 권 씨는 '청와대 낙점' 인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원장 선임 과정을 보면 이 같은 평가가 이해됩니다. 표준연은 지난 3월31일 원장 초빙 공고를 실시한 후 1차 공모와 2차 공모를 거쳤습니다. 원장 선임을 못했습니다. 3차례의 공모를 거친 후 지난 6월22일 권동일 원장을 선임했습니다.


권 씨는 원장에 선임되기 직전까지 원장 선임 의결권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신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셀프 추천'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를 두고 "3차례나 공모를 거친 후 연구원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청와대와 미래부의 적극적 인사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와 미래부가 '낙점한' 인물을 앉히기 위해 공모를 연거푸 실시했고 마침내 원하던 대로 권 원장이 선임됐습니다. 그랬던 권 씨가 돌연 주식문제로 '원장 직보다는 주식을 우선하면서' 사퇴해 버렸으니 청와대와 미래부의 꼴이 참 우습게 됐습니다. 출연연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과학계 인사는 "미래부 장·차관, 출연연 기관장 인사를 담당하는 연구회 이사장도 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맘대로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위(靑)에서 내려오는 낙하산이 워낙 많아 속이 탈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사회가 선임한 원장을 미래부는 '불승인'=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선임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KISTEP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박영아 원장을 재신임했습니다. 당시 박영아 원장과 대결을 벌였던 인물은 이인선 대구 수성구을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였습니다. 이사회 의결에서 박 원장은 7표를, 이인선 후보는 6표를 얻었습니다.


재신임된 박 원장 선임 건에 대해 이사회는 미래부에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미래부는 시간을 끌더니 20일 '불승인한다'는 공문을 KISTEP에 보냈습니다. 이사회가 의결한 사안을 두고 미래부가 '불승인'을 내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를 두고 박영아 원장이 '청와대 낙점'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불승인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경진 의원은 "불승인 결정은 청와대에서 차기 원장으로 내정한 이인선 전 대구 수성구을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가 원장으로 결정되지 못한 데 따른 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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