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13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문인들의 SNS 반응 “훌륭한 뮤지션이지만…문학이라기에는 ‘글쎄’”
고려대 불문과 조재룡 교수는 "문학이 노래로 표현될 거였으면 왜 백지 위에 미치도록 글을 쓰겠는가? 노벨음악상? 노벨 가사상?“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밥 딜런의 수상을 비꼬는 듯한 어투다.
시인인 문학동네 강태형 전 대표도 “밥 딜런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페이스북에 쓰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학가로서의 능력보다는 그의 음악 속에 담긴 저항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본 듯하다.
소설가 김도언 역시 "서방이 주도하는 주류세계의 훈장인 노벨문학상을 저항과 자유의 상징격인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니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석유 재벌인 록펠러 재단이 자본주의의 예리한 비판자였던 마르쿠제를 후원했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학을 누가 정의할 수 있나?” 참신한 수상에 환영하는 네티즌
한 트위터리안은 “밥 딜런이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라는 책 구절을 인용한 트윗을 남겼다. 이는 밥 딜런의 시에 관해 고(故) 장영희 교수가 ‘영미시 산책’에 쓴 글이다. 그리고 “출판계 반응: ‘음반 산업에 대한 출판 산업의 전세계적 패배’”라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작년 알렉시예비치에 이어 노벨문학상은 또 다시 문학에는 어떤 경계도 한계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이 문학인가, 대중가수에게 노벨문학상이 웬말, 같은 건 좀 시대착오적인 얘기 아닐까.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했던 얘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알렉시예비치의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인용한 트윗을 올렸다. 바로 "저는 제 글이 문학이 아니다, 그건 단지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지금도 듣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말하는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누가 이 질문에 답을 하시겠습니까?"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와우,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블랙리스트가 됐을텐데”, “시대를 읽어내는 한림원의 안목과 사고의 유연성에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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