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14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직자들의 대민 접촉 기피현상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지 일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며 대민·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독려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청탁금지법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공직자 등이 필요한 대민 접촉을 기피하고, 소극적인 민원처리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법 시행 초기이고, 적용대상자가 400만여명에 이르다 보니 일부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구체적 행위유형이 법령에 위반하는 지 여부나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권익위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법령과 사례집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 총리가 직접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장관들을 불러 이날 회의를 연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된 이후 17일째를 맞는 동안 공직자들이 대민 접촉을 과도하게 꺼리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이 법 적용을 두고 혼란에 빠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내수와 수출 모두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청탁금지법의 무차별적 적용이 소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날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 3.2%를 4월(3.0%), 7월(2.9%)에 이어 세번째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내년 수출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됨에도 불구 올해 과열된 건설부문에 대한 투자가 식는 등 내수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이다',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6%) 등 민간 연구기관은 물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내년 성장률을 2.7%로 예상하고 있다.
황 총리는 "각 부처에서는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이 법 시행을 계기로 소속 공직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권익위는 법령해석과 관련해서 법무부, 법제처 등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춰 보다 체계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령을 제정할 때 기본골격은 갖추지만 모든 사례를 포괄할 수는 없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행과정에서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서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러 논란들에 대해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 달 말에 권익위원회와 법무부, 법제처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법령해석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법령과 사례집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한다.
법 시행 초기 집중되고 있는 질의와 유권해석 요청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권익위 내 전담인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자주 또는 반복적인 질의에 대해서는 매주 FAQ를 작성해 공공기관에 배포한다. 아울러 권익위와 관계부처들은 공공기관 법 적용대상자에 대한 교육을 위해 권역별 순회 교육 등을 집중 실시할 예정이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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