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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공매도를 위한 변명-한미약품 사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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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취약 개미에겐 恐매도
-공격투자 외인에겐 攻매도
-주식거품 제거할땐 公매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권해영 기자] "한미약품 사태의 핵심은 공매도 제도 자체가 아니라 불공정 거래행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이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임 위원장은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제도를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임 위원장이 한미약품 사태의 '원흉'으로 몰린 공매도 제도를 두둔하면서 불공정 거래행위를 찾아내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일까.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특정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사서 되갚아 수익을 올리는 거래 방식이다. 만약 공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올라가면 투자자는 판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주가에 거품이 낀 종목에 공매도가 많이 일어난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공매도는 주가 거품 제거에 일익을 담당한다.


주가 하락기에도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어 투자기회를 확대하는 효과도 공매도의 순기능이다. 공매도 제도를 활용한 롱숏(Long-Short)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공매도를 통한 주가가 단기간에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 장기간 지속되는 주가하락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엇나간 프레임=공매도 제도가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까닭은 투자수익을 거두는 방법이 다른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방법과 달리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방식이다. 주가가 올라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공매도 행위 자체가 눈엣 가시일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을 둘러싼 공매도 제도 논란도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부추겨 낙폭을 키웠고, 개인투자자들은 최대 20%가 넘는 큰 손실을 입은 반면 공매도 세력은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공매도 시장의 주요 참여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 역시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또 다른 측면이다.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된 7월 이후 집계한 외국계 공매도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90%를 웃돈다.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도 '헤지' 거래를 위해 활용하지만 사실상 외국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더 많은 자금과 강력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특정주식과 시장에 불리한 정보를 퍼뜨려 돈을 번다는 불신이 굳게 자리를 잡아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의 참여주체가 외국인 중심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일반 시장에 비해 공정하지 않은 룰(rule)이 작용하고 있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태윤 NH투자증권 대안상품개발부장 역시 "(공매도)가 무수한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돼있지만 사실 주식시장의 수많은 도구 중 하나"라며 "도구 자체가 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오해=공매도는 알려진 것과 달리 외국인,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경우처럼 상환능력 등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가 성립하는 시장인 만큼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투자주체에게 열린 시장이다.


한국의 경우 공매도에 대한 규제 수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빌린 주식을 미리 팔아 나중에 매수해 상환하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selling)만 허용하고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가격 밑으로는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업틱룰(uptick rule) 같은 공매도 포지션 제도를 운영한다.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selling) 등이 허용된 국가에 비해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총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비중은 4~5%대에 그친다. 공매도 비중이 40% 정도인 미국은 물론 10%가 넘는 일본과 호주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공매도 이외에도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다양한 투자방식이 존재한다. 주가지수선물 매도를 비롯해 개별주식선물 매도, 풋옵션 매입, 콜옵션 매도, 인버스ETF 매입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공매도만을 지목하는 것이 옹색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야할 만큼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근거 역시 빈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공매도 금지가 부정적 정보를 제약해 하락폭을 키우고 변동성을 확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로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이 방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폭을 키우면서 주가 변동성을 확대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많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공매도를 규제한 많은 국가들이 결국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불공정거래=결국 한미약품 사태로 불거진 공매도 문제는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공개되지 않은 기업의 악재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습득해 이득을 취하는 세력에 대한 감시와 강도 높은 처벌이 논란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주식거래도 미공개정보를 미리 취득한 후 주식을 매집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처벌 수위를 높였던 것과 같은 이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한미약품 현장조사를 실시해 휴대폰과 이메일, 메신저 대화내용 등을 제출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는 배경도 미공개이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임종룡 위원장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면서 문제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분석해 최소한의 규제로 시장에 과도하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매도 제도를 이용해 임의로 주가를 내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싼값에 사들이는 시장교란행위 역시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실제로 현대상선 유상증자 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미리 공매도를 내놓고 증자에 참여해 낮은 가격의 신주로 되갚는 방식으로 30% 안팎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제도를 악용하는 집단에 대한 처벌이 시장을 죽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와 관련한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단순하게 시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후 사실상 고사 직전에 몰린 ELW 시장과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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