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도 난망…'반쪽 캐스팅보터' 된 국민의당 개정 요구 높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탄생한 국회선진화법이 정치권의 계륵(鷄肋)이 되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공수를 맞바꾼 여야의 이해득실이 얽혀 있어 요원해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積弊) 해결과 생산적인 국회를 위해 여소야대를 만들어 줬지만, 선진화법에 의거해 새누리당이 모든 발목을 잡고 풀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20대 국회가 19대 국회보다도 더 비생산적이고 더 일하지 않고 더 경제를 발목잡는 국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박 위원장의 푸념처럼 20대 국회의 각종 쟁점은 선진화법 탓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전처럼 각종 해임건의안, 예산안을 두고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는 동물국회의 모양새는 피했지만, 갈등을 막기 위한 제어장치가 되레 국회의 순기능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 사례가 청문회·국정감사다. 청문회와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입법부의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지만, 선진화법으로 여야 간 합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무력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8~9일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일명 서별관청문회)의 경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증인채택이 여야합의 불발로 무산되면서 '맹탕청문회'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최순실(60·여)씨, 차은택(48) 광고감독 증인채택 문제는 여당의 안건조정위 부의로 무산됐다.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 될 예산·세법 정국과 법안처리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입법과제는 거대 야당이,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소수여당이 선진화법을 기반으로 막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국민의당이다. 20대 총선을 통해 제3당으로 급부상했지만, 안건통과를 위해 재적의원 3분의 5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선진화법으로 '반쪽 캐스팅보터' 역할에 그치고 있어서다.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일하는 국회의 의지와 각오가 있다면 선진화법을 손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득실이 갈리면서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소수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경우 19대 국회와 달리 선진화법 없이는 거야(巨野)의 강공을 제어하기 어렵고, 선진화법의 덕을 톡톡히 봤던 더민주로서도 조변석개(朝變夕改) 하듯 입장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도 전날 "두 당 원내대표에게 얘기해봤지만 반응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