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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않는 한국]오늘 혹시 웃어봤나요? 20대 '웃음 실종' 가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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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미래 생각하면 웃는 게 가식처럼 느껴져…"예능 보다가 잠깐 웃을뿐"

[웃지않는 한국]오늘 혹시 웃어봤나요? 20대 '웃음 실종' 가장 심각 그림=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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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하루 일상생활에서 몇 번이나 웃었는 지 기억나시나요? 아침 출근길 무표정으로 지하철에 오르고,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할 때면 얼굴에 웃음기는 그만 싹 가셔버리고 맙니다.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웹툰이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간간히 숨죽여 낄낄대는 사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감정표현이 너무 풍부한 사람은 속된말로 '너무 오버한다'는 말을 듣거나, 마음이 여린 유약한 사람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한국은 점점 웃음도, 슬픔도 잘 드러내지 않는 메마른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11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녀 2명 중 1명은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정서경험과 콘텐츠 소비의 관계'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사회는 감정표현에 상당히 인색한 사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9%가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고, 특히 남성(57.2%)과 50대(57.2%)가 여성(40.8%)과 20~40대(20대 46%, 30대 44%, 40대 48.8%)에 비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했다. 다만 감정을 숨기는 것이 좋다는 인식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42.4%)과 동의하지 않는 의견(44.3%)이 팽팽했다.

표현 풍부하던 20대조차 점점 감정 메말라=주목할만한 점은 상대적으로 감정을 좀더 잘 드러내는 편이었던 젊은 세대가 오히려 감정을 되도록 숨기는 것이 좋다(20대 50%, 30대 45.6%, 40대 38.8%, 50대 35.2%)고 바라보는 태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사회 분위기가 감정표현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생활 3년차 신모(29)씨는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인 편이라 직원들 대부분 다 표정이 굳어있다. 웃으면 오히려 다 쳐다보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으니 더 안웃게 된다"며 "조직에 맞춰 감정을 숨기는 게 편하다. 이젠 눈물이나 웃음도 안난다. 그런 감정은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식품업계에 다니는 이모(28)씨 역시 "조직사회가 웃는 분위기가 아니다. 자꾸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보니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고 전했다.


또 전체 10명 중 6명은 화가 나도 상대방 앞에서는 참는 것이 좋고(61.6%), 남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이 창피하다(57.9%)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너무 많이 웃는 사람은 가벼워 보인다는 의견(25%)은 적은 편으로, 자신의 속내를 보이기를 꺼려하는 성향이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에 더욱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보업계에 종사하는 오모(27)씨는 "사회생활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사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며 "감정표현이 풍부하면 사람이 쉬워보이는 것 같다. 그러면 일까지 대충한다고 오해 할 것 같다. 그렇다보니 감정에 솔직해지지 않게 되고, 점점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웃지않는 한국]오늘 혹시 웃어봤나요? 20대 '웃음 실종' 가장 심각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예능프로그램이나 봐야 웃는다"=취업준비생 우모(27)씨는 한 주 동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볼 때만 그나마 웃는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웃고 떠드는 것이 뭔가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다"며 잘 웃지 않는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인 경험이나 감정표현을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소비에 주로 의존하고 있었다. 최근 '웃어본 일'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웃어본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로 문화콘텐츠 소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일은 예능프로그램 시청(66.7%)과 드라마·영화 감상(66.6%)였다. 대화 속에 웃었다(59.6%)보다 많았다. 이외에도 책·만화(36.5%) 음악을 듣다가(29.8%) 순으로 높았다.


슬픔의 감정을 가장 많이 전달하는 대상도 역시 드라마와 영화였다. 최근 슬픈 감정을 겪은 응답자 2명 중 1명은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거나(29.7%), 슬픈 사연이 담긴 뉴스를 봤거나(28.6%), 그냥 갑자기 슬퍼져서(25.4%) 울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뭘 해도 일이 잘 안 풀려서 힘들어 한 경험(20.8%)도 적지 않았다.


[웃지않는 한국]오늘 혹시 웃어봤나요? 20대 '웃음 실종' 가장 심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콘텐츠 소비로 스트레스 풀어=또 주목할 만한 점은 문화콘텐츠 소비로 감정을 느끼고, 힐링을 한다는 점이다.


전체 10명 중 3명(29.8%)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이 요즘 ‘삶의 유일한 낙’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뷰에 응했던 신씨는 "조직에서 감정을 드러내봤자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고 밖에서 친구들에게 말해도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며 "결국 혼자 집에서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가 유일하게 웃고 힐링하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드라마, 책, 웹툰, 음악 등 각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는 대체로 일상생활에서 지친 감정을 치유하려는 목적과 나만의 시간 및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드라마의 경우는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서(41.2%, 중복응답) 시청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습관적으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34.4%)이 많았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고(25.6%), 스트레스를 해소하며(23.3%), 복잡한 현실을 잊기 위한(22.2%) 목적의 시청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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