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동물 실험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소나무가 가득한 숲속을 걸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향긋한 나무 냄새가 풍겨옵니다. 맑은 바람이 피부를 살짝 건드리며 스쳐갑니다. 모든 것이 편안해 지는 순간입니다.
삼림욕(森林浴). 한자만 보더라도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입니다. 심림욕의 이로움이 과학적으로 증명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비밀이 풀렸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피톤치드(Phytoncide)'의 진정효과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신경과학연구단 이창준 박사 연구팀과 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 원장 박용곤) 특수목적식품연구단 조승목 박사 연구팀은 공동으로 융합·협력 연구를 통해 소나무 피톤치드의 진정·수면 효과와 그 작용기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피톤치드는 소나무에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림에서 소나무는 약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삼림욕을 하는 침엽수림에서 소나무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품종입니다. 피톤치드의 다양한 효능 중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진정작용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소나무 피톤치드의 진정작용, 수면개선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소나무 피톤치드의 가장 대표적 성분인 알파-피넨(α-pinene)을 이용했습니다. 진정-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신경세포, 동물 실험들을 통해 알파-피넨(α-pinene)의 진정·수면 효과와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알파-피넨을 동물에 투여한 결과 낮은 농도(25㎎/㎏ 이상)에서 진정작용을 보였습니다. 높은 농도(100㎎/㎏)에서 수면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면제(졸피뎀, Zolpidem)와 달리 수면의 질 저하 없이 수면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수면 효과는 알파-피넨이 가바(GABA) A형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GABA에 의한 신경전달 과정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신경세포와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GABA 수용체에는 A형과 B형 두 가지가 있는데 졸피뎀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는 GABA A형 수용체에 결합해 수면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창준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한국식품연구원과 첫 번째 공동 연구로 천연물 유래 성분의 수면 개선 효과와 그 작용 기전을 최초로 행동학적, 전기 생리학적, 구조학적으로 접근한 공동연구의 좋은 모델"이라며 "공동연구를 통한 상호 협력으로 천연물 기반 수면제 개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분자약리학(Molecular Pharmacology)' 8월29일자 온라인 판(논문명:a-Pinene, a Major Constituent of Pine Tree Oils, Enhances Nonrapid Eye Movement Sleep in Mice through GABAA-benzodiazepine Receptors)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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