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200여종의 변형 단백질 직접 구현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맞춤형 변형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이 나왔습니다. 암과 치매 등은 RNA에서 만든 단백질이 돌연변이와 유전적 이유 등으로 비정상적 변형을 거치면서 발생합니다. 이 같은 변형 단백질 생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암과 치매 등의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합니다. 생산된 변형 단백질이 '바이오마커(biomarker)'가 되면서 질병 연구는 물론 이를 통한 신약 개발이 이뤄집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는 2만여 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백질의 종류는 100만 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백질이 만들어진 이후 다양한 단백질 변형(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이 일어납니다.
이 같은 단백질 변형의 원인으로는 인산화, 당화, 아세틸화, 메틸화 등 200여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변형된 단백질들은 생체 내에서 세포 신호 전달, 성장 등 우리 몸의 정상적 신진대사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유전적, 환경적 혹은 미지의 요인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면 세포의 대사활동과 신호전달이 손상돼 세포의 무한 분열을 초래하는 각종 암은 물론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신경질환, 당뇨를 포함한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단백질 변형을 구현한 맞춤형 변형 단백질 개발기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질병의 원인 규명과 맞춤형 신약 개발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2011년 암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진 비정상적 단백질 번역 후 인산화를 구현하기 위한 맞춤형 인산화 변형 단백질 생산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2011년의 선행연구 결과를 더욱 발전시켜 인산화 이외에 당화, 아세틸화 등과 같은 다른 200여종의 단백질 변형을 직접 구현해 원하는 변형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박희성 카이스트(KAIST) 화학과 교수, 양애린 박사 연구팀이 이희윤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9월29일자에 중요한 논문(First Release, 논문명:A chemical biology route to site-specific authentic protein modifications)으로 실렸습니다.
박희성 교수는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종류의 맞춤형 변형 단백질 생산이 가능하게 돼 암과 치매 등 단백질 변형으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직접적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며 "신약과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 단장 김성훈)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김성훈 연구단장은 "이 기술이 실용화 될 경우 맞춤형 표적항암제, 뇌신경 치료제 개발 등이 가능해 현재 약 150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신약개발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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