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 후 증상 없는 '슈퍼 어린이' 에이즈 치료의 새장 열까

에이즈.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송윤정 인턴기자]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됐지만 특별한 증상을 앓고 있지 않은 일명 '슈퍼어린이'들이 에이즈 치료에 새장을 열지 주목된다.

1일 의학잡지 메드페이지투데이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 필립 굴더 교수팀은 어린이가 성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HIV에 저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통 HIV에 걸린 어린이 중 60% 이상은 2세 이전에 사망한다.

하지만 HIV에 걸린 뒤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에이즈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정상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이 무려 5~10%에 달해 놀라움을 낳고 있다. 이들은 감염 후 에이즈가 진행되지 않는 증상 미발현자다.

어린이 미발현자는 성인 미발현자 비율(0.3%)과 비교하면 수십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인 HIV에 걸리면 인체의 면역체계는 백혈구 등을 동원해 바이러스와 싸운다. 문제는 HIV가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백혈구를 다 죽이고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면역체계가 과잉 작동할수록 면역력이 더 빨리 떨어지고 결국엔 소진된다. 이에 따라 환자는 다른 여러 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질병에 걸려 사망한다. HIV 자체가 질병을 일으킨다기보다 그로 인한 면역력 결핍이 에이즈의 요체다.

그런데 이번 연구결과 어린이 미발현자의 경우 몸의 면역체계가 HIV에 아예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세 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 170명 어린이 미발현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강력한 면역반응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HIV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작동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새로운 각도에서 에이즈의 발현과 치료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송윤정 인턴기자 singas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