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들어서자 성장률 8.9%에서 반토막
17대 국회서도 극한 대립으로 파국
20대 국회, 정부는 해마다 '세수 펑크'로 악순환 반복
올해도 예산심사 놓고 갈등 불보듯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반쪽'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공전이 상징하는 20대 국회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청와대의 타협 없는 대야 강경책과 이에 맞선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가 불러온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소통과 협치의 정신을 강조하며 출범한 20대 국회이지만, 정치 시계가 완전히 멈춰 선 것이다.
◆16대 국회와 닮은꼴= 20대 국회 출범 이후 각종 청문회에서 보여준 거대 야당의 힘, 집중적인 의혹 제기는 16년 전 여소야대로 출범했던 16대 국회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진 17대 국회도 국민의 뜻과 달리 정치권의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결국 여소야대로 귀결됐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의 경제성장률은 계단식으로 하락해 왔다. 하지만 총선을 전후로 한 역대 국회별 성장률은 정치ㆍ사회적 요인에 따라 요동쳤다.
2000년 4월 총선으로 등장한 16대 국회는 한나라당(133석), 자유민주연합(17석) 등 야당이 전체 273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에 그쳤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여진이 이어졌지만 16대 총선 당시 경제성장률은 8.9%를 찍었다. 국민적 희생 덕분이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이듬해 경제성장률은 4.5%로 반 토막 났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의 '후광효과'로 다시 성장률이 7.4%까지 올랐지만 2003년 2.9%로 곤두박질쳤다.
안보ㆍ정치 상황은 지금과 흡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핵무기 개발을 의심받던 북한은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에게 핵무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 '북핵 광풍'이 몰아쳤다. 같은 해 벌어진 연평해전은 '안보 논란'을 불러왔다. 최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과 닮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노무현 정부는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20대 국회의 개헌론과 닮은꼴이다. 16대 국회는 2004년 3월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해 격렬하게 항의하며 혼란의 극치를 드러냈다.
◆인위적 여소야대로 귀결된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152석)로 출범한 17대 국회는 사상 초유의 제1당 해체로 인위적 여소야대로 귀결됐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툭하면 점거와 장외투쟁을 벌였다. 4대 개혁 입법은 끝내 관철되지 못했다. 여당 실용파와 개혁파 갈등도 일조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명박 정부의 17대 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놓고 싸우다 막을 내렸다. '광우병 사태'가 불거졌고, 비준안은 3년이 지난 박근혜정부 때 처리됐다. 선방하던 경제성장률도 17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08년 2.8%로 추락했다. 이어 치러진 18대 총선 직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도래했다. 지금의 20대 국회도 만만찮다. 개원 5개월간 벌써 세 차례의 큰 파행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둘러싼 파행과 이달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를 둘러싼 여당의 1차 의정 보이콧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 야당의 해임건의안 단독 표결 처리는 여당의 2차 보이콧을 불러왔다.
◆20대 국회 경제 상황 '최악'= 우리 경제는 저성장 시대 속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한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몰고 온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더 휘청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춰 잡았다.
반면 국회에선 올해에도 예산심사를 놓고 한바탕 소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가 사상 처음 400조원 넘는 예산안을 어떻게 다룰지 난망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야당의 세법 개정안과 노동개혁 관련법ㆍ서비스산업 발전법ㆍ규제프리존법 등은 20대 국회의 '화약고'로 불린다. 특히 노동개혁법은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1년째 겉돌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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