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기사용 앱에 웃돈 암시 문구 표시 안되도록 전송 체제 변경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업무 특성상 회식이 잦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카카오택시로 콜을 불러도 기사들이 외면하기 일쑤다. 김씨는 지인에게 들은 대로 도착지에 집주소를 쓰고 2만원이라고 적어 보냈더니 콜이 잡혔다. 돈이 아까워도 택시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앞으로 김씨처럼 카카오택시에서 웃돈을 얹어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9일 오후부터 카카오택시 기사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서 승객이 목적지 직접 입력 란에 기재한 웃돈이 표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카카오는 택시 기사용 앱 화면에 가격이나 웃돈을 암시하는 문구가 나타나지 않도록 전송 방식을 변경시켰다. 승객용 앱에서 목적지를 직접 입력하는 기능은 당초대로 유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카오에 웃돈을 얹을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요청했고, 카카오 측이 앱 내 기능을 개선해서 입력한 가격이 노출되지 않도록 시정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심야나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에 웃돈을 함께 적으면 택시가 잘 잡힌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는 기사들이 많아지면서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위한 묘책이었다.
웃돈 얹기는 목적지를 지도에서 선택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는 칸을 활용해 이뤄졌다.
예를 들면 '광진구 OO아파트 2만원'이라고 입력하면 해당 목적지까지 2만원에 가겠다는 뜻이며, 'OO아파트+1만원'이라고 적으면 미터 요금에 1만원을 추가로 더 주겠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택시 기사들이 웃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택시운송사업발전법 16조는 '부당한 운임 또는 요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T맵택시'는 최대 5000원까지 웃돈을 추가해 호출하는 기능을 넣었다가 해당 기능을 삭제했다.
서울시와 카카오는 해당 기능을 테스트하며 기사용 앱에서 웃돈이 필터링 되는지 등을 지켜볼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변칙적으로 웃돈을 얹어 호출하는 것을 막도록 필터링 대상이 되는 패턴이나 용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특정한 패턴이나 용어, 금액을 적어 호출해도 기사용 앱에서 자동으로 걸러내도록 조치했다"며 "목적지 입력 기능은 휠체어를 탔거나 애완동물이 있을 때 기사에게 알리는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해당 기능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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