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중국에서의 발화 자작극 결론에 이어 미국에서도 폭발로 인한 차량 전소 누명을 벗으면서 이번 사태 해결의 분기점을 맞았다. 특히 미국에서의 차량 전소 사고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갤럭시노트7 기내 사용 금지 권고를 불러일으킨 기폭제 역할을 했던 만큼 향후 시장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소방 당국은 지난 5일 발생한 2005년식 지프 그랜드 체로키 차량 전소 사고가 갤럭시노트7과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소방 당국은 "당시 차량 안에 갤럭시노트7이 있었다고 보도되면서 이 제품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정밀 조사 후에도 정확한 화재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 당국은 해당 화재를 미확인 화재로 결론지었다.
앞서 미국 언론매체들은 같은 날 발생한 지프 차량 전소 사고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차고 화재를 전하며 피해자들이 모두 당시 갤럭시노트7을 충전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두 화재의 원인으로 최근 배터리 발화 사고로 전량 리콜을 발표한 갤럭시노트7이 지목됐다.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차고 화재 역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로 인해 제품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되면서 결국 지난 8일 FAA의 갤럭시노트7 기내 사용 금지 권고가 이뤄졌다. 또한 이는 삼성전자의 공식 사용 중지 권고로까지 이어졌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역시 지난 15일 갤럭시노트7의 공식 리콜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CPSC는 리콜 공지를 통해 15일 이전 판매된 제품의 리튬이온 전지가 "과열되거나 발화할 우려가 있다"며 "심각한 화재와 화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통부도 이날 비행기 탑승객들에게 기내에서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충전하지도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모든 조치의 발단이 된 사고 중 하나가 플로리다주 차량 전소 사고였다.
앞서 18일에는 문제없는 배터리를 탑재해 판매한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의 폭발이 주장돼 소비자들의 부란감이 가중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제품 자체 배터리 문제가 아닌 해당 이슈를 만든 이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갤럭시노트7 중국향 제품의 배터리 공급사인 ATL은 전날 성명을 내고 "중국매체가 보도한 갤럭시노트7 폭발 문제에 대해 ATL과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함께 발생 문제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번 폭발은 ATL 배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사고에서 발생한 흔적을 분석해봤을때, 외부에서 가열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18일 중국 일부 언론에 실리면서 클리앙·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에 전해진 중국 소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 주장 2건에 대해 제품을 직접 회수해 ATL과 삼성전자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다. 외부 열원 재현 실험 결과 인덕션 레인지, 열풍기에 넣은 것과 유사한 형태가 나타났다. 특히 인덕션 레인지 재현 시 전면, 후면, 엑스레이(X-ray), 내관까지 모두 중국에서 입수된 갤럭시노트7의 발화와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만 갤럭시노트7이 충전 과정에서 불에 타거나 폭발했다는 내용의 허위 의심 신고가 국내에서 4건, 해외에서 8건 등 총 1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인 6건은 갤럭시노트7을 충전하다 불에 탔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 고객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거나 불에 탄 갤럭시노트7을 쓰레기통 등에 버려 문제가 된 기계를 삼성전자 측에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알려진 중대 사고들의 원인이 갤럭시노트7이 아닌 것으로 하나 둘 밝혀지면서 이번 사태가 전환점을 맞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갤럭시노트7은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신제품 교환 조치를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21일부터 리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발화 사고가 실제 일어난 것은 사실이므로 기존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정상 작동하는 제품으로의 리콜 조치를 빨리 마무리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앞으로도 계속 바로잡힌다면 서서히 제품에 대한 신뢰 회복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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