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한국에 있는 중국인 전체가 나쁜 건 아니겠지만 한 번씩 이런 강력범죄가 일어나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경각심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19일 서울에서 사립대를 다니는 나모(23ㆍ여)씨의 말이다. 지난 17일 제주도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60대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늘어나는 외국인의 강력범죄가 자칫 부적응으로 힘들어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어학연수를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3년 8만1847명에서 올해 3월 10만6138명까지 늘었다. 이 중 중국인 학생이 6만명 정도를 차지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들과 한국 학생 사이의 장벽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외국인 강력범죄가 터질 때면 서로를 갈라놓은 장벽은 더욱 두터워진다.
중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김모(25ㆍ여)씨 역시 외국인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두려움이 늘었다. 김씨는 "이미 학교에 중국인은 목소리가 크고 예의가 없다는 얘기에다 인신매매 등의 흉흉한 루머까지 도는데 최근 일어나는 범죄 중에도 중국인이 관련된 경우가 많아 혹시 나에게도 저런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 무서울 때가 있다"며 "중국인이 많은 공공장소나 여행지에서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10년간의 범죄 추이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2005년 1만3000여건에서 2014년 3만8000여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살인과 성폭행 등 강력 범죄 비율은 53%까지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강력범죄자 비율인 30%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 지난 7월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엘리베이터에서 지도교수를 흉기로 위협하다 붙잡혔고, 지난해 8월엔 차를 몰던 중국인 유학생이 3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주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범죄나 갈등의 절대적인 양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엄중한 처벌과 상호 소통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인 학생이나 여행객 등이 많아지다 보니 각종 갈등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특히 요즘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한중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 이와 같은 강력범죄도 일어나니 서로간의 오해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그래도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로 가선 안 된다"며 "앞으로 중국인이 늘어나면 이와 같은 갈등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엄중한 처벌과 상호 이해를 위한 소통을 동반해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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