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에 '친척'보다는 '친구' 찾는 취준생 많아
-온라인 카페에 연휴 전후로 '추석 친구 구한다'는 글 수백개 올라와
-"취업도 못 해 눈치보는 것보다 비슷한 처치의 친구 만나는게 맘 편해"
-그러나 익명으로 친구 찾다 성희롱 당하는 경우도 상당
-일부 남성, 신체 나오는 사진 요구하거나 성(性) 관련 메일 보내기도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연휴 때 집에도 못 가고…남은 연휴 동안 말동무 할 친구 구합니다."
서울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민우(27·가명)씨는 1인 가구다. 추석 연휴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게 눈치 보여 올해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혼자 보내는 걸 택했다. 연휴 이틀 동안 밀린 자기소개서를 적고나니 외로움이 휘몰아쳤다. 김씨는 고향에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 대신 온라인 카페에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내 댓글이 달리고 스마트폰 메신저로 연락을 시작했다. 김씨는 "긴 연휴 동안 불편한 친척보다는 비슷한 처지의 새로운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속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언젠가부터 취업준비생에겐 부담스러운 시간으로 변해버렸다. 과거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및 친척들과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휴일이었지만 최근엔 친척들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업준비생의 62%는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고, 이중 과반수인 54%는 추석 연휴 때 귀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에 일부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긴 연휴 기간 '친척' 대신 '친구'를 찾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온라인 카페에는 이와 같이 '추석 친구를 찾는다'는 글이 연휴를 전후해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연휴 첫날인 14일부터 이틀 동안 이 같은 내용의 글이 150개 넘게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에는 "추석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 중 함께 놀 사람을 찾는다"며 주거 지역과 관심사, 연락처 등을 함께 올린 글이 많았다. 이 중엔 메신저를 통해 말동무를 찾거나 단체로 만나 같이 놀자는 내용도 상당수였다.
대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7)씨 역시 올 추석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였지만 취업을 한 후 당당한 모습으로 친척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신 종종 접속하던 온라인 카페를 통해 만난 친구와 외로움을 달래기로 했다. 이씨는 "취업 얘기를 안 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재충전을 하고 싶다"며 "그게 스트레스도 없고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이 같은 달라진 청춘들의 명절나기에는 늘어나는 1인 가족의 비율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인 520만3000가구에 달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라온 글 100억여건을 분석한 결과 '나홀로 추석'의 언급량은 최근 5년새 약 89% 급증했다. 취업과 진학을 위해 젊은 층들이 혼자 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명절 때 귀향해 가족과 함께 하는 대신 홀로 있거나 친구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을 가족이 아닌 익명의 새로운 사람과 보내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일부 사이트에선 성희롱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사이트 회원은 "메신저 아이디를 포함해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니 어떤 남성이 야한 사진을 보내 달라고 강요했다"며 "갑자기 욕을 하거나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른 회원 역시 "장문의 메일이 와서 확인해보니 성(性)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며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안 좋게 끝날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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