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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삶, 160년 전 숨 거둔 청년사제 김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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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라틴어,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유학파 인재에게 무슨일이?


순교자의 삶, 160년 전 숨 거둔 청년사제 김대건 김대건 신부 초상화. 대한민국 최초의 신부, 세례명은 안드레아. 이 초상화는 그가 죽고난 뒤 신자들이 수습한 유해에서 두개골을 따로 보관한 것을 바탕으로 복원한 이미지이다. 당대 조선인답지 않은 서구형 외모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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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나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맞았으니 여러분은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십시오. (...) 나는 천주를 위해 죽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내게 시작되려고 합니다."

- 참수형 직전, 김대건 신부가 남긴 말



오늘(16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160년이 되는 날이다. 신앙의 불모지에서 목숨을 내놓고 종교를 위해 활동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했던 그의 삶은 어떤 의미와 업적을 남겼을까?


3대에 걸친 신앙


그의 증조부 김진후는 1791년 신해박해때 체포되어 1805년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형 집행이 미뤄져 옥중 생활을 계속하다 체포 23년 만에 옥사에서 숨을 거둔 신앙인이었다. 아버지 김제준 또한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인물로, 그의 일가가 살고 있던 미리내 마을을 찾은 프랑스 신부 피에르 모방은 이러한 김대건의 집안 내력을 듣고 그를 신부로 키워야겠다 결심했다. 김대건은 모방 신부의 도움으로 한양으로 올라가 라틴어를 공부하며 기초적인 신학을 배워나갔다.



순교자의 삶, 160년 전 숨 거둔 청년사제 김대건 김대건이 마카오 유학 당시 다녔던 신학교가 있던 성안토니오 성당 전경. 성당 뒤에 위치한 카모에스 공원에는 김대건 동상이 서있어 그의 유학생활이 이곳에서 이뤄졌음을 기념하고 있다.


마카오 유학


한양에서 기초 신학 공부를 마친 김대건은 최양업, 최방제와 함께 중국을 거쳐 마카오 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 외방전교회에서 파송된 신부들로부터 김대건은 신학과 철학, 라틴어, 프랑스어, 그리고 지리와 역사 등의 다방면의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그와 조선인 동료들을 가르쳤던 르그레즈와 신부는 이들에 대해 "조선 소년들은 훌륭한 사제에게 바람직한 신심, 겸손, 면학심, 스승에 대한 존경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순교자의 삶, 160년 전 숨 거둔 청년사제 김대건 김대건이 순교한 새남터에 세워진 새남터 기념 성당. 현재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에 있으며, 풀과 나무를 의미하는 새나무터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조정이 아까워한 인재


1845년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김대건은 직접 구입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거쳐 금강 하류에 도착, 수차례의 박해를 통해 황폐해진 천주교의 재건을 위해 백방으로 포교활동에 나섰다. 이듬해, 상하이에 머물고 있던 천주교 조선교구장 페레올 주교의 밀항을 돕기 위해 항로를 그린 지도를 중국 어선에 넘겨주던 중 관헌에 체포되었다.


김대건의 출중한 학식에 옥중에서 그는 세계지리에 관한 책을 집필했고, 영국에서 만든 세계지도를 번역해 채색한 것은 조정대신들을 통해 헌종에게 진상되었다. 대신들은 그의 이 같은 재능을 학술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들어 구명에 힘썼으나 당시 영의정인 권돈인은 국법으로 금하는 천주교를 믿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목을 위해 외국인과 접촉한 것은 엄히 다스려야 할 중벌임을 들어 그의 구명을 원천 봉쇄했다.


결국, 1846년 9월 15일 참수형을 선고받은 김대건은 이튿날 새남터에서 처형당하며 25세의 짧은 생을 순교로 마감한다.


순교자의 삶, 160년 전 숨 거둔 청년사제 김대건 새남터 참수 40일 후 신도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빼낸 뒤 경기도 안성 미리내 성지에 안장하였다. 당시 그의 두개골을 따로 빼내어 납으로 방부처리 후 보존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그의 얼굴 흉상과 초상화 등을 복원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고국이 자신의 신앙을 탄압하는 것을 마냥 비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신학을 공부해 이를 실천에 옮기는 신부가 됐다. 당대의 많은 천주교도가 박해로 목숨을 잃거나 배교하는 일이 빈번했음에도 그는 그악스러운 고문에도 끝내 배교하지 않았다.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그를 비롯한 103위 조선의 순교자들이 시성 되었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한없이 충실했던 한 청년 사제의 삶은 오늘날 한국 천주교 성직자들에겐 수호성인으로, 또 평신도들에겐 경건한 신심과 자비의 상징으로 오늘까지 선연히 남아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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