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보다 조금 서둘러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오곡백과 물들어가는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추석에 햇과일, 곡식 맛보기에는 시기가 이르기도 하고 유난했던 올해 더위 때문에 흙에 기대어 사는 농사꾼들은 여기저기 한숨이다. 몇 해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도 10년 넘은 귀농 생활에 이런 더위가 처음이고 가뭄에 물 고생한 것도 이번처럼 길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콩 농사 성적이 올해도 마음 같지 않아 속이 상할 대로 상한 터였다.
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 몫이 70이라지만 올해 같아서는 90은 되는 듯하고 농사만큼 귀하고 힘든 일도 없구나 생각이 든다. 어느 곡물이든 내 입으로 들어가자면 수 백, 수 천 번의 손이 가고 정성이 들어간다. 그 때문인지 사찰음식을 배우러 다닐 때 스님께서 공양 때마다 외는 오관게처럼 밥 먹을 때마다 읊으라는 시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밥을 먹는 자식에게 (이현주 作)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농사짓는 어르신이 새참으로 집에서 직접 담그신 곡주에 밥을 말아 훌훌 술 마시듯 드시는 걸 본 적이 있다. 밥 따로, 술 따로 아니고 왜 그렇게 잡숫느냐 여쭸더니 곡식 키우는 일이 밥힘 만으로도 안 되고, 술힘 빌어도 힘드니 합동작전이라신다. 평생 흙 밭에 엎드려 곡식 키우고 자식 키워 낸 그 어르신에게 걸쭉한 곡주 한 사발과 도토리묵 오이샐러드 한 접시 내어 ‘올해도 고생 많이 하셨다, 귀하게 키워 낸 그 마음 잊지 않고 항상 감사히 맛있게 먹겠다’ 손잡아 드리고 싶다.
도토리묵 오이샐러드
주재료(2인분)
도토리묵 1모, 오이 1/2개, 양파 1/6개
씨겨자 드레싱 재료
씨겨자 0.5, 올리브 오일, 식초 2씩, 설탕 1.5, 간장 0.5, 소금 약간
만들기
▶ 요리 시간 20분
1. 도토리묵은 채 썰고 오이는 돌려 깍아 채 썰고 양파는 채 썰어 찬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2. 분량의 씨겨자 드레싱 재료를 섞는다.
3. 접시에 도토리묵을 돌려 담고 오이와 양파를 얹은 다음 씨겨자 드레싱을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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