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총출동…경제부총리 참석 요구도 받아들여
전술핵은 여당…사드 우병우는 야당과 대립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2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대표와의 회동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엄중한 안보현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특히 이날 청와대는 그동안 여야청 회동에서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외교안보라인 수장이 총출동한다고 밝혀 청와대가 북핵 위기에 대해 느끼는 엄중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핵 위기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냐'는 질문에 "안보 상황이 엄중하니까"라고 답했다. 여야를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회동은 북핵실험 위협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반면, 이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에는 여야청 모두 다른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이날 회동에서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핵과 관련해 이날 회동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야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고, 여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여야를 대상으로 설득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사드 배치론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오히려 사드가 화를 자꾸 초래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대표는 "방어용 무기는 늘 그걸 능가하는 공격용 무기 개발을 재촉하게 된다"며 "핵이 점점 더 고삐풀린 괴물처럼 돼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고 지적했다. 여야청 회동에서 사드 반대를 강하게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핵이나 미사일 개발과 같은 도발 시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조치를 정치권과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항상 예외로 해왔던 문제들에 대해 이제 과감하게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북핵에 대해 외교ㆍ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여권내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또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적 조치임을 설명하면서 초당적인 협조를 다시 한번 강조할 방침이다.
야당이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 등 정치현안과 민생문제도 청와대와 야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 수석 논란을 언급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상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추 대표는 경제수석 동석을 요구했다. 이외에 최근 개각을 통해 임명된 일부 장관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판정된 점도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사실로 판명난 게 없다"며 반박하면서 노동개혁 등 4대 개혁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는 의사를 전할 방침이다. 특히 청와대는 추 대표가 제안한 경제부총리 참석 요구도 받아들였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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