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주 방문길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 도전 의사 강력 시사..."대선 도전 권유 반갑고 고마워...서울시 성과 전국·글로벌과 간절한 마음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의 정부'라는 화두를 '출사표'로 던지며 사실상 내년 대선 도전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고민 중'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 시장의 이같은 시사와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서울시 전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지지 단체도 구성을 마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 참석 등을 위해 북미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지난 10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지금 여기서는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서울시의 혁신과 경험들을 전국적으로 펼쳐보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나로서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인권변호사ㆍ참여연대ㆍ아름다운재단ㆍ희망제작소 등 본인의 경험을 거론하면서 "시대 교체ㆍ시대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왔고 서울시정에서 실현해 온 것들을 앞으로 더 전국화, 글로벌화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을 목격하고 경험한 나로서는 더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권 교체와 '시민의 정부' 탄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엔 정권교체,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시대교체, 미래교체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바로 세우는 것은 결국 시민의 힘이며 다음 정부는 무조건 그런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동의하는 '시민의 정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치권의 리더십에 대해 비판하면서 '일이 되게 만드는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의 진화가 요구 되고 있다. 과거 권위적 시절의 리더십은 바뀌어야 한다"며 "문제의 현장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되게 하는 책임있는 리더십, 국민과 함께 갈등의 해법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O형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5일 뉴욕 한인회 교포 간담회에서 '서울시장으로서 왜 고민이 없겠냐"고 말했고, 같은 날 특파원간담회에선 "그런 것을 어쨌든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대와 시민들의 요구를 출마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한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봐도 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민 결과 자신이 제시한 '시대와 시민들의 요구'라는 출마의 전제 조건이 충족된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시사하듯 박 시장은 이날 간담회 내내 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 지자체 수준이 아닌 나라 전체를 걱정하는 '정치적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앞으로 '사회적 경제'가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10대 기업으로 자리잡은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얘로 들면서 "대한민국에 불공정, 불평등, 불이익 등 큰 불이 난 속에서 과거의 룰로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며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사회적 경제"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그동안 발전해온 방식이 재벌 중심이었는데 완전히 붕괴 직전에 있는 상태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우후죽순 돋아나서 그것이 페북, 우버 이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완전히 시장의 룰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득권의 저항 등 예상되는 걸림돌에 대해서는 "결국 그 시대의 교체를 이룰 수 있는 비전의 문제, 콘텐츠의 문제,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며 "단순한 정권의 교체 갖고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다른 후보군의 출마 선언에 비해 본인의 정확한 의사 표시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대선이든 선거의 과정이라는 것이 결코 후보자의 시간표에 따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시간표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후보자들이 자기 시간표에 따라서, 내용도 없이, 시대에 대한 고민과 비전도 없이 스스로 자가발전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우리 시대의 엄중함과 국민들의 절망의 상황에 바로 답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당면하고 있는 시대의 상황과 그걸 해결하기 위한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한 '서울판 태양의 서커스' 조성 사업과 관련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선 "국민들이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는 데, 낯설고 새로운 것이 없이 어떻게 사회가 발전이 있겠냐"며 "중화학, 전자, 자동차 등의 제조업 중심으로부터 새로운 어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되는 이런 분야에 기업들이 탄생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실험정신, 도전정신이 살아 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 지하 공간 사업 개발을 놓고선 이미 사업 중인 제물포터널 외에도 지하철 2호선 대림동 구간 등 지하철 지상 구간, 동부간선도로, 시청-을지로-동대문간 지하도, 중구 신세계 백화점 일대 등 도심 중심부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도시가 발전하고 과밀화되면서 지하로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지장물이 많긴 한데 조금씩 피해간다든지 이설한다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을 방문하면서 경제, 사회, 안보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해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에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만나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해법을 공동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몬트리올에선 자신이 주도해 창립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 참석해 전세계 지방 도시 및 기관들과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통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이어 이날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선 한국전쟁 미국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하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몬트리올(캐나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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