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페니사루(헝가리)=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1시간(약 70㎞)을 달려 찾아간 야스페니사루. 인구 5600여명의 작은 도시인 이 곳은 '삼성TV의 도시'로 통한다. TV 성수기에는 이곳 인구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 생산법인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을 찾았다.
1989년 설립된 이곳은 정문에서부터 방문객의 발길을 잡았다. 그간 생산한 제품들 뿐만 아니라 2004년 헝가리 생산법인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격려사가 눈길을 끌었다. 고품질 TV로 글로벌 1위를 10년간 달성했고, 앞으로의 10년도 1위를 지키겠다는 삼성전자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설립 당시하루에 400세트의 TV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4만대씩, 연간 700만대의 TV를 생산해내고 있다.
안윤순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장(상무)은 "공장자동화, 인력, 설비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의 TV라인업의 디자인이 유럽 소비자들과 맞아떨어지고, 유럽 소비자들도 40~50형대 TV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유럽 매출이 미국만큼이나 성장했다"고 전했다.
헝가리 생산법인의 특이한 점은 모듈과 셀라인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TV 메인보드 장비를 만드는 SMDㆍ디스플레이를 조립하는 LCM으로 구성된 모듈라인이 함께 위치해 있어 효율적이다.
모듈 공정인 V2라인을 지나 TV 완제품을 조립하는 V3라인으로 이동하니 8월 말부터 매장에 깔리기 시작한 신제품 조이(Joiiii) TV를 헝가리인들이 조립하고 있다. 부품과 스피커 등을 조립한 후, 한 사람이 하나씩 TV를 잡고 검사 작업을 거친 후 내압검사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포장 작업을 한다. 50m 가량의 메인라인만 통과하는데 이 제품의 경우 7~8초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생산된 TV는 평균 3일이면 유럽 주요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부홀렉 형제와 함께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는 세리프TV도 헝가리에서 전량 생산, 전 세계로 보내진다. 제품 특성상 디자인과 품질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만큼, 1인이 하나의 셀에서 조립과 공정 검사를 모두 끝낸다. 하루에 약 100대 가량이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헝가리 생산법인과 2002년 설립한 슬로바키아 갈란타시에서 유럽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TV를 전량 생산하고 있다. 헝가리는 중소형 제품과 UHDㆍ세리프 TV를, 슬로바키아에서는 퀀텀닷 SUHD TV와 B2B제품을 생산한다.
이런 성과 덕에 헝가리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도 받았다. 특히 인력 면에서의 혜택이 크다. 헝가리는 7개 국가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인력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데, EU 법에 따르면 3개월까지만 일할 수 있어 타격이 있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 측의 지원으로 2년까지도 일할 수 있게 됐다. 법인세 환급 역시 19%정도의 관세를 거의 대부분 환급받고 있다.
제조 혁신과 관련된 연구소도 헝가리에 세우는 것을 준비 중이다. 안 상무는 "제품개발은 한국에서, 생산성과 관련된 부분은 해외법인에서 맡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다"며 "제조 혁신과 관련된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이 TV브랜드로 삼성을 떠올리는 헝가리. 생산법인을 방문한 이 날 역시 한켠에는 수십여명의 신입 직원들의 교육이 한창이었다. GE, 아우디, 벤츠, 헝가리 국영기업과 기업순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삼성전자의 현재를 엿볼 수 있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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