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수주 잔량 감소, 한국이 가장 빨라
신규 수주량도 중국·일본에 비해 뒤쳐져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우리 조선 업계가 중국ㆍ일본에 비해 일감이 더 빨리 줄어들고 있는데다 신규 수주량까지 급락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7일 영국의 세계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수주잔량(남은 일감)은 12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2331만CGT로 집계됐다. 일본(2196만CGT)보다 앞서고 중국(3570만CGT)보다 뒤쳐진 수치다. CGT란 선박의 건조난이도를 반영한 가치 환산 톤수다.
문제는 일감이 줄어드는 속도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에 비해 우리나라는 895만CGT가 감소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542만CGT, 161만CGT씩 줄어들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느렸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세계 수주 잔량 점유율도 우리나라만 28.4%에서 24.1%로 뚝 떨어졌다. 일본은 1.9%(20.8%→22.7%) 올랐고, 중국도 0.7%(36.2%→36.9%) 상승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이 급속히 줄어든 것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기술력이 뛰어나 선박 건조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영향이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수주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내년에는 일본보다도 수주 잔량이 낮아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 실제 지난 1년 간 선박 수주량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보다 뒤쳐졌다. 지난해 중국은 863만 CGT, 일본은 528만 CGT를 수주했다. 우리나라는 377만CGT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이 세계적인 조선업황 불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보다 선방하고 있는 건 자국 발주 덕분이다. 중국 정부만 해도 올해 초 브라질 발레 철광석 수입용으로 40만DWT급 벌크선 30척을 발주했었다. 일본 선사들도 자국 조선소들에게 꾸준히 발주를 하고 있다. "조선업 주도권이 1960년대 유럽에서 일본으로 옮겨갔다가, 2000년대 부터 한국이 주도한 이후 최근에는 중국으로 넘어가는 추세"라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발주 회생 지표 중 하나인 선가도 아직까지 반등 기미가 없다. 선가가 상승해야 선주들도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시작한다. 하락 추세 일 때는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발주를 미룬다. 8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25포인트(1988년 '100' 기준)로 지난 달과 같은 수준이다. 선종별로는 수에즈막스와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이 척당 50만 달러씩 떨어졌다. 올초부터 매달 선가가 떨어졌던 VLCC와 컨테이너선은 선가 변동이 없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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