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노골적 불만 속 비공개자리선 유화적 태도
"한중 관계 악화 원하지 않는다" 속내 드러낸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데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을 언급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 강화에 불만을 표현한 시 주석이 비공개 회담에서는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박 대통령에게 "지난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답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꼬박 일 년 전인 지난해 9월3일 제70주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서방국가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측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한중 관계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 측이 먼저 전승절 참석을 거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작년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그때만 못하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전승절 언급은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개발언 때는 세게 압박한 후 비공개 때는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는 얘기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구동존이(공동의 이익은 먼저 구하고 다른 부분은 남긴다는 뜻)'를 '구동화이(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확대한다)'로 강화시켜나가자는 제안에 시 주석도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한중 모두 사드로 그동안 쌓은 외교적 성과를 매몰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록 양국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평행선을 달렸다고 해도 앞으로도 서로 피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얘기하고 귀담아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승절 같은 좋은 추억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한중관계도 좋든 나쁘든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6일 오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아세안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를 공식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정상에 이어 라오스에서 미ㆍ일 정상과 잇달아 회담을 갖는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 도착한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경고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정상회담은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중 마지막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우애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7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항저우(중국)=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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