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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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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0억개 생산 세계 1위…창업주 손자 고 CEO, 유엔 등과 계약해 급성장

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시판 중인 카렉스의 콘돔 제품들(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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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해 생산량 50억개로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한 콘돔 제조업체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카렉스(Karex)가 바로 그것이다. 수출 대상국은 120개가 넘는다. 카렉스는 올해 자사의 생산량이 60억개, 내년 70억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카렉스는 지난 30년 동안 듀렉스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콘돔 제조업체들에 납품하고 글로벌 공중보건 기관들의 대규모 주문을 소화하며 급성장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카렉스의 2016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 매출이 9140만달러(약 10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사이 매출은 35% 증가한 셈이다. 2014회계연도 이래 순이익은 69% 늘어 1810만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렉스는 최근 영국의 콘돔 브랜드 파산테와 데이핏, 미국 브랜드 ONE를 인수했다. 파산테는 영국 국립건강보험(NHS)과 소매체인 테스코, 미국의 창고형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에 콘돔을 공급하는 업체다.


ONE는 톡톡 튀는 포장법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브랜드다. 카렉스의 자체 브랜드 카렉스(Carex)는 이미 중동시장을 평정했다.


말레이시아 소재 KAF아시아펀드의 케네스 여 매니저는 최근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다른 브랜드 인수 전략으로 카렉스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카렉스는 ONE의 브랜딩(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까지 높이는 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ONE의 제품이 말레이시아에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다. 싱가포르 시장에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ONE는 최근 향기에 질감까지 더한 콘돔을 내놓았다.


콘돔 제조는 노동집약 업종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노동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카렉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다수가 네팔ㆍ미얀마ㆍ캄보디아 출신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판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신규 유입을 금했다. 그 결과 외국인 노동력 20%가 감소한 카렉스는 더 높은 비용에 단기 계약직을 채용했다.


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카렉스의 고 미아 키앗 최고경영자(사진=블룸버그뉴스).

현재 카렉스를 이끄는 인물이 고 미아 키앗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증조부는 더 나은 삶을 찾아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전반 동남아시아로 밀려든 중국인 이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증조부는 고무 산지인 조호르주(州) 무아르에 작은 잡화상을 열었다. 가게 손님 가운데 일부는 고무시트를 갖고 와 쌀ㆍ설탕 같은 일용품과 맞바꿔 갔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아예 고무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말레이시아는 천연고무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고씨 집안의 고무사업은 싱가포르에 고무 거래 사무소와 가공공장을 둘만큼 나날이 번창했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7자녀 가운데 5명이나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로 유학 보낼만큼 부자가 됐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원자재 시장이 붕괴됐다. 원자재 가격은 하루 아침에 폭락했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말레이시아의 고무 생산업체들이 고무장갑ㆍ콘돔에 눈 돌린 것은 이 즈음이다. 고씨 집안은 집까지 팔아 콘돔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에이즈 확산으로 공중보건 당국은 콘돔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고 CEO의 두 삼촌은 영국에 유학해 각각 화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두 삼촌은 백지 상태에서 콘돔 제조기를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이후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고씨 집안의 콘돔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고 미아 키앗이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경제학ㆍ경영학을 전공할 때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1999년 졸업과 함께 귀국한 그는 자의반타의반 가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카렉스는 인력 60명으로 연간 매출 190만달러를 올리고 있었다.


고 미아 키앗은 세일즈와 마케팅까지 책임지게 됐다. 그는 에이즈 퇴치에 열 올리던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굴지의 기관들과 콘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카렉스의 사업은 급팽창했다.


카렉스가 기업을 공개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카렉스는 이미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로 우뚝 서 있었다. 오늘날 고씨 집안이 카렉스 지분 56%를 갖고 있다.


지난 25년 사이 콘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콘돔은 피임기구다. 그리고 질병을 막아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고 CEO는 여기에 '쾌락'이라는 기능도 덧붙였다. 지난 50년 동안 콘돔 디자인에 별 변화는 없었다. 그러니 오늘날 콘돔 제조업체들 사이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카렉스가 데이핏을 인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데이핏은 브래지어에 다양한 사이즈가 있듯 콘돔 사이즈도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사이즈가 95종이나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4억4500만개의 콘돔이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의 콘돔 이용률은 4%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7.4%, 선진국의 18.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오는 2019년 세계에서 콘돔 382억개가 팔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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