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시계아이콘02분 0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작년 50억개 생산 세계 1위…창업주 손자 고 CEO, 유엔 등과 계약해 급성장

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시판 중인 카렉스의 콘돔 제품들(사진=블룸버그뉴스).
AD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해 생산량 50억개로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한 콘돔 제조업체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카렉스(Karex)가 바로 그것이다. 수출 대상국은 120개가 넘는다. 카렉스는 올해 자사의 생산량이 60억개, 내년 70억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카렉스는 지난 30년 동안 듀렉스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콘돔 제조업체들에 납품하고 글로벌 공중보건 기관들의 대규모 주문을 소화하며 급성장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카렉스의 2016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 매출이 9140만달러(약 10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사이 매출은 35% 증가한 셈이다. 2014회계연도 이래 순이익은 69% 늘어 1810만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렉스는 최근 영국의 콘돔 브랜드 파산테와 데이핏, 미국 브랜드 ONE를 인수했다. 파산테는 영국 국립건강보험(NHS)과 소매체인 테스코, 미국의 창고형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에 콘돔을 공급하는 업체다.


ONE는 톡톡 튀는 포장법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브랜드다. 카렉스의 자체 브랜드 카렉스(Carex)는 이미 중동시장을 평정했다.


말레이시아 소재 KAF아시아펀드의 케네스 여 매니저는 최근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다른 브랜드 인수 전략으로 카렉스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카렉스는 ONE의 브랜딩(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까지 높이는 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ONE의 제품이 말레이시아에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다. 싱가포르 시장에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ONE는 최근 향기에 질감까지 더한 콘돔을 내놓았다.


콘돔 제조는 노동집약 업종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노동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카렉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다수가 네팔ㆍ미얀마ㆍ캄보디아 출신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판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신규 유입을 금했다. 그 결과 외국인 노동력 20%가 감소한 카렉스는 더 높은 비용에 단기 계약직을 채용했다.


세계 콘돔업계 황태자, 말레이시아의 '카렉스' 카렉스의 고 미아 키앗 최고경영자(사진=블룸버그뉴스).

현재 카렉스를 이끄는 인물이 고 미아 키앗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증조부는 더 나은 삶을 찾아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전반 동남아시아로 밀려든 중국인 이주민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증조부는 고무 산지인 조호르주(州) 무아르에 작은 잡화상을 열었다. 가게 손님 가운데 일부는 고무시트를 갖고 와 쌀ㆍ설탕 같은 일용품과 맞바꿔 갔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아예 고무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말레이시아는 천연고무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고씨 집안의 고무사업은 싱가포르에 고무 거래 사무소와 가공공장을 둘만큼 나날이 번창했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7자녀 가운데 5명이나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로 유학 보낼만큼 부자가 됐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원자재 시장이 붕괴됐다. 원자재 가격은 하루 아침에 폭락했다. 고 CEO의 할아버지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말레이시아의 고무 생산업체들이 고무장갑ㆍ콘돔에 눈 돌린 것은 이 즈음이다. 고씨 집안은 집까지 팔아 콘돔 공장을 설립했다. 당시 에이즈 확산으로 공중보건 당국은 콘돔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고 CEO의 두 삼촌은 영국에 유학해 각각 화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두 삼촌은 백지 상태에서 콘돔 제조기를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이후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고씨 집안의 콘돔 사업은 번창하기 시작했다.


고 미아 키앗이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경제학ㆍ경영학을 전공할 때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1999년 졸업과 함께 귀국한 그는 자의반타의반 가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카렉스는 인력 60명으로 연간 매출 190만달러를 올리고 있었다.


고 미아 키앗은 세일즈와 마케팅까지 책임지게 됐다. 그는 에이즈 퇴치에 열 올리던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굴지의 기관들과 콘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카렉스의 사업은 급팽창했다.


카렉스가 기업을 공개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카렉스는 이미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로 우뚝 서 있었다. 오늘날 고씨 집안이 카렉스 지분 56%를 갖고 있다.


지난 25년 사이 콘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콘돔은 피임기구다. 그리고 질병을 막아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고 CEO는 여기에 '쾌락'이라는 기능도 덧붙였다. 지난 50년 동안 콘돔 디자인에 별 변화는 없었다. 그러니 오늘날 콘돔 제조업체들 사이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카렉스가 데이핏을 인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데이핏은 브래지어에 다양한 사이즈가 있듯 콘돔 사이즈도 다양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사이즈가 95종이나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4억4500만개의 콘돔이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의 콘돔 이용률은 4%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7.4%, 선진국의 18.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오는 2019년 세계에서 콘돔 382억개가 팔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