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부족자금 대비 지원규모 미흡 ②신규 자금 넣더라도 해외 용선주에 쓰여 ③구조조정 형평성 어긋나 ④선박금융 등 예견 어려워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최종자구안을 거절하고 신규자금 지원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크게 네가지를 꼽았다.
30일 산은은 한진그룹 제시안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진의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로 크게 네가지를 꼽았다. ▲부족자금 대비 지원규모가 미흡했고 ▲채권단의 신규자금이 해외 상거래 채무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았고 ▲구조조정의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나는데다 ▲선박금융 등 협상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우선 산은은 한진 측의 최종제시안에 들어있는 지원규모가 전체 부족자금 대비 부족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산은은 "채권단은 지원규모를 늘려서 진전된 제안을 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한진이 큰 틀의 변화없이 기존 지원 수준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용선료, 선박금융 등 계획된 채무재조정이 모두 성사된다 하더라도 부족자금 규모는 1~1.3조원 수준에 이르나 한진측이 부족자금의 30~50% 수준인 4000~5000억만을 자체조달하는 것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또 상거래 연체규모가 26일 기준 6500억원에 달하는 것 역시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한진은 올해 중 대여금 2000억만 지원한다는 입장으로 상거래연체규모와 관련 채권단이 나머지를 먼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 업황회복 지연, 운임지수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부족자금 규모가 회계법인 추정수준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이 이뤄지더라도 용선주 등 해외채권자의 채무상환으로 지원자금 자체가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고 봤다.
산은은 "채권단이 지원하는 신규자금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해외용선주, 해외 항만하역업체 등 해외채권자의 상거래채무 상환에 사용하게 돼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높았다"면서 "이는 국내금융기관이 지원한 자금으로 해외 거래처가 받을 연체채무를 대신 갚아주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산은은 "양대 해운선사에 대해 동일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일관성있게 밝혀왔다"면서 "(현재 상태에서 한진해운 지원은) 기존 원칙과 상충되는 점도 수용불가의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용선료와 선박금융 협상이 여전히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 것 역시 걸림돌이 됐다. 산은은 "용선료 조정은 진전이 있었으나 아직 확정적인 단계는 아니다"면서 "그 결과를 예단키 어려워 협상종결시까지 상당 시일 소요가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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