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이 합병 후 출범 1년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난 1년은 합병 과정만큼이나 힘겨웠다. 희망퇴직, 구조조정, 조직재편 등의 단어가 삼성물산과 항상 함께했다. 부실을 털어내면서 실적이 하락한 탓에 주가가 급락해 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1년을 '내실 다지기'를 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실은 대부분 털어냈고,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을 일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뿐 아니라 상사, 패션, 리조트 모두 제 몫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것.
자회사로 갖고 있는 바이오 산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업인데다, 오너가의 지분이 가장 많은 기업인만큼 어떻게든 회사를 키우겠다는 의지도 나타나고 있다.
◇부실 털기 집중한 지난 1년= "잠재적인 부실은 대부분 털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합병 1년도 지난 만큼 이제는 실적도 주가도 회복해야죠." 삼성그룹, 삼성물산 관계자들을 만나면 대부분 '삼성물산의 부실은 대부분 정리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말하는 부실이란, 합병 전 수주했던 대규모 건설사업들의 부실이다.
호주의 광산개발 로이힐 프로젝트 등 해외사업 부실을 찾아내고, 이에 대해 엄격한 회계 기준을 적용해 손실을 계속 반영했다. 건설부문 적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1500억원, 올해 1분기에만 430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40%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이 대규모 적자를 내자 전체 실적은 자연히 떨어졌고, 합병 이후에도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부실을 털어내는 동시에 신규 수주는 소극적으로 받았다. 저가 수주와 부실 문제로 고생한 만큼, 새로운 수주 건수는 신중하게 받아들이자는 전략이었다. 인력ㆍ조직 면에서도 바뀌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전체 인력 수는 총 1만1173명. 합병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1만2501명에 달하던 인력이 900여명 가량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3차례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장기휴직제도인 리프레시 제도도 운영했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려 애썼다. 전사 조직의 신사업그룹을 각 사업부로 이관하고, 프로젝트 리스크를 관리하던 팀도 수행지원팀과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탈리아, 중국 선전 등 현지 법인으로 존재하던 형태의 법인도 사무소 형태로 바꾸고 청산했다. 구주는 독일이, 중국은 상하이에 총괄이 있는 만큼 효율화하는 차원이다. 이미 청산은 예전부터 진행됐지만 허가 문제와 세금문제를 모두 완료하면서 올해 2분기에 공식적으로 청산이 완료됐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 후 살펴보니 생각보다 건설부문 부실 해결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실적에 반영될만큼 큰 부실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바이오산업에 기대…시너지 문제는 여전= 1년간 조직 정비를 마친 만큼, 삼성물산은 올해 4분기와 내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이 다양한 사업이 합쳐져 탄생한 만큼, 각 부문이 제 역할만 해 주더라도 기본적인 실적은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은 바이오산업이다. 삼성물산은 바이오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연결 실적이 잡히는 삼성물산까지도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부분이 바로 실적 관련 자료들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부터는 공식 IR자료에 바이오산업을 추가했다. 아직까지 적자는 지속하고 있지만, 1분기 매출 880억원, 2분기 매출 47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 특유의 제조업 기술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며 "상장을 통해 삼성물산 바이오 부문의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은 과제로 남았다. 삼성물산은 처음 합병 당시부터 사업부문별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업의 성격이 다른 만큼, 합치는 것 만으로 시너지를 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사부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패션부문의 매출 확대를 추진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다른 사업부문간의 협업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패션 외에도 리조트부문 등과의 네트워크를 결합해 솔루션을 찾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너지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각 부문 임원 혹은 사장들이 모여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다"며 "시너지라는 것 자체가 단기간에 나지는 않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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