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신동빈, 얼굴 상기된 채 눈물만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27일 오전 9시38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최측근 故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빈소를 찾았다. 침통한 표정의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 ‘심경이 어떠냐’, ‘마지막 보고받은 시점이 언제냐’, ‘검찰 수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 간단한 답변을 남기고 빈소로 들어섰다. 그의 눈은 눈물이 맺힌 채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신 회장이 빈소에 들어서자 ‘가신3인(故 이인원·소진세·황각규)’으로 불리는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그를 맞았다. 빈소에는 이미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신 회장은 대표 헌화 후 소 사장과 황 실장 포함 20여명의 임원들과 함께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3분가량 묵념했다. 묵념을 마친 신 회장은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유족(아들과 며느리)들과 인사를 나눴다.
10여분 후인 9시50분 신 회장은 식당으로 이동해 동요하는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는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 소 사장,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가 앉은 테이블에 앉아 30여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이복누나인 신영자 장학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 씨가 조문 후 식당에 들어섰고, 장 씨는 얼굴을 들지 못한채 폭풍오열했다. 신 회장에게 장 씨는 조카다.
한 시간 가량의 조문을 마치고 신 회장은 이날 10시35분 빈소를 나섰다. 그는 비통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기만 할뿐 말을 잇지 못하고 병원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을 타고 떠났다. 신 회장은 발인인 30일에 다시 한 번 빈소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측은 “신 회장은 또 올 가능성이 높다”며 “일정 조율 중이며 아마 마지막날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소환일인 전날 오전 경기도 양평 한 산책로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그는 2011년 롯데에서 전문경영인 최초로 부회장에 올랐을 만큼 신씨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1997년 롯데백화점 대표로 고속 승진했다. 2007년 2월 정책본부 부본부장에 오르면서부터 신 회장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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