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계복귀를 시사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상주(喪主) 정치'로 주목받고 있다. 평생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왔던 고(故)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지키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11월에도 정계 입문의 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지키며 의리를 지켰다.
19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손 전 고문은 박 목사의 부음을 접하고 전날 오후 거처인 전남 강진에서 상경했다. 이후 빈소인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반소를 지키고 있다.
박 목사는 손 전 고문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나침판' 역할을 하면서 손 전 고문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치권 복귀를 앞둔 시점에 생을 마감했다. 빈소에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만 손 전 고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조문을 와 조우는 불발됐다.
손 전 고문은 이날 빈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정계 복귀 가능성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기업들까지 무너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남북관계는 절벽에 놓이는 등 한반도 동북아 안보정세가 불안하고, 사드 배치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고, 국민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뜻을 세워야 한다"면서 "꿈과 희망을 주는데 저도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손 전 고문 측은 "빈소를 지키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안팎에선 정치 재개의사를 다시 한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 빈번한 바깥나들이로 사실상 칩거를 마무리한 상태다. 저서가 출판되는 9월 중순 이후 정치 복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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