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19일 국회 안정행정위원회에 열린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내정자가 지난 1993년 강원지방경찰청 상황실장으로 재직 당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경찰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이로 인한 징계도 없었다고 밝힌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내정자의 이같은 대답에 지속적인 정회를 요구했고,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후 2시에 속개될 예정이다.
이 내정자의 도덕성 논란은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거졌다. 여야 의원들은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내정자에게 음주운전 당시의 조사서류와 상벌내역이 포함된 인사기록 카드등의 자료제출이 인사청문회 당일까지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재차 자료제출 요구에 나섰다.
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이어지던 중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재중 안행위원장에게 "모든 의원들이 궁금해 하고 또 질의를 할 것"이라며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가) 있는지 없는지 총괄하여 답변을 하고 그 이후 질의를 이어가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 답변에 나선 이 내정자는 "의원님들께서 요구하시는 부분과 관련해 제가 당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너무 정신이 없었고, 너무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그로 인한 징계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로부터 예상외의 답변이 나오자 의원들은 곧이어 이뤄진 질의시간을 통해 이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후보자가 부끄러워서 신분을 속였다고 했는데, 사실은 징계를 피하기 위해 속인 것이 아니냐"며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이 나왔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절차가 필요한지 조차도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징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고 재차 대답했다.
같은당 김정우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오늘 아침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후보자가 그동안 밝히지 않고 속이려 했던 사실이 밝혀진다면 15만 경찰의 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위원장님과 간사들께서 협의해 잠시 청문회를 진행 할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 안행위 간사인 윤재옥 의원은 "이 시점에서 청문회를 중단할 사유라고 보기에는 조금 시간적으로 빠르지 않나 생각한다"며 "의문이 있다면 청문회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더민주 안행위 간사인 박남춘 의원은 "하도 충격적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며 "인사추천을 할때 자기 정보제공 동의서에 음주운전을 피하려고 신분을 숨긴 사실이 있느냐를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되었다. 저는 그 부분까지도 아마 솔직하게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간사도 "후보자가 이야기 한 내용은 적합, 부적합의 문제가 아니라 적격인지 문제가 되는 발언"이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회를 주장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으나 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계속 진행했다.
질의에 나선 김정우 더민주 의원은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이 반파되었는데 인적 피해가 전혀 없었느냐"며 "지난 6월 동두천의 한 순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음주측정결과 0.002%로 후보자보다 낮은 수준이었고 가로등을 들이받아 물적 피해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감찰을 받다가 목숨을 끊었다. 이런 경찰관도 계신데 경찰의 총수로서 잘 지도 할 수 있겠냐"며 질타를 이어갔다.
현재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정회된 상태다. 유 위원장은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 이후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청문회를 오후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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