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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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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흐르는 강물처럼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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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할리우드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해 1992년에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노먼 매클린이 1976년에 쓴 동명 소설이다. 대중매체에 두루 소개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1900년대 초, 스코틀랜드 출신 장로교 목사 리버런드 매클린은 아들 노먼과 폴, 아내와 함께 몬태나주 강가에 있는 교회에서 산다. 그는 제물낚시로 송어 잡기를 즐긴다. 노먼과 폴도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낚시를 배워 자주 낚시를 한다. 신중하고 지적인 노먼과 도전적이고 자유분방한 폴은 어린 시절부터 형제애와 경쟁심을 공유했다. 목사의 아들들은 장성하여 노먼은 동부에 가서 문학을 공부하고 폴은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일한다.
 노먼이 시카고 대학의 문학교수로 임용되자 목사는 더할나위 없이 기뻐한다. 그런데 폴이 어느 날 폭행을 당해 죽는다. 목사와 노먼은 폴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목사의 고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그의 마지막 설교.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도 거의 돕지 못합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사랑합니다.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목사의 설교가 아니라 삼부자가 낚시를 하는 장면이다. 폴은 놀라운 실력으로 대어를 잡는다. 목사가 감탄한다. "너는 정말 훌륭한 낚시꾼이야!" 이때 폴의 대답. "물고기처럼 생각하려면 3년은 더 있어야 하는 걸요." 폴의 말은 나의 기억 속에 티눈처럼 박혔다.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냥감처럼 생각해야 한다.' 야콥 브로노브스키는 '인간역사(1972년)'에서 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동굴 벽화에 대해 썼다. 그는 벽화가 사냥에 대한 염원과 공포를 반영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 대처할 방도를 찾아내는 인간능력의 소산"이라고 했다. 알타미라 동굴 벽에는 원시 화가의 손자국이 선명하다. 브로노브스키는 거기서 화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화가가, 손이 외친다. "이것은 나의 표지이다. 나는 인간이다!"

 노먼이 경찰서에 가서 폴의 시신을 확인하고 돌아온다. 맏이의 설명을 듣고 목사가 묻는다. "더 해줄 말이 있니?" "폴의 손뼈가 거의 다 부러져 있었습니다." "정말이냐?" "예." "어느 손이더냐?" "오른손이었습니다." 폴이 죽은 뒤 목사는 잘 걷지 못한다. 그러나 노먼이 폴의 오른손에 대해 말하면 사력을 다해 일어선다. 매클린의 소설은 영화와 다르다. '이해 없이도 가능한 완벽한 사랑'에 대해 말한 사람은 노먼이다. "그 애의 죽음에 대해서 정말로 내게 모든 걸 다 말한 거니?" "모두 다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너무 적지 않니?" "예, 많지는 않지요.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 그게 내가 평생 설교해 온 것이지."
 목사에게 오른손은 폴이 지닌 아름다움의 원천이자 본질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토록 폴의 오른손에 집착했으리라. 영화에서 폴은 오른손으로 낚시를 즐기고 송어의 아가미를 꿰고 주먹을 휘두른다. 폴의 오른손은, 그렇다, 폴 자신이었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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