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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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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엄지 척!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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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예수쟁이'다. 그래서 '대폭발 이론(빅뱅)'은 믿으면서 '태초에 신이 있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세기의 첫 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창세기의 설명은 '코아세르베이트'라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헥산의 혼합체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명의 씨앗이 되었다는 알렉산드르 오파린의 설명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이해하기가 쉽다. 과학은 어렵다. 다음은 최근 국내언론(서울신문)에서 보도한 내용.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138억년 전 빅뱅이 발생한 지 3000만년 뒤 지구에 첫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우주의 어느 항성에서 10조년이 지나면 그 주변 행성에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현재의 1000배에 이른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를 약 36억년 전으로 본다. 셈이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연구진의 답은 "지구의 생명체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난 '조산아'"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론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둔한 머리가 쪼개질 것이다. 밥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설명을 턱 쳐들고 듣느니 기사 마감이나 제때 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인간이 원숭이의 먼 친척이라는 주장을 어찌 곧이듣겠는가? 인간은 영장류에 속한다. 영장류는 척추동물문, 포유류강의 한 목이다. 가장 진화한 군인데, 원숭이와 인류가 여기 속한다. 가슴에 유방이 두 개 또는 네 개 있고 새끼는 대개 한 마리씩 낳는다. 앞발과 뒷발의 발가락은 다섯 개고 걸을 때는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다.
 발을 자세히 봐야 한다. 영장류는 엄지발가락에 넓은 발톱이 있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마주 나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인간은 원숭이들과 달리 뒷발의 엄지가 다른 발가락들과 평행이다. 인간은 그들의 앞발을 손(手; hand)이라고 부른다. 앞발을 어찌나 아끼는지 뒷발과도 분명한 차등을 둔다. 급해지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손은 손가락으로 그 기능을 다한다. 그 중에 으뜸은 엄지로, 인간의 엄지는 형제 손가락을 야구경기의 포수처럼 마주보고 나 있다.물건을 잡을 때는 다람쥐가 도토리 붙들 때처럼 받쳐 들지 않는다. 야구선수가 배트를 쥘 때처럼 '움켜쥔다'. 인간의 손은 움켜쥐는 기능이 다른 영장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했다. 그래서 이 무리는 그토록 욕심이 많은 모양이다.

 나이즐 스파이비는 고고학자로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일한다. 그는 '예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었나(How Art Made the World)'에서 "엄지가 인류를 예술가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유난히 짧고 굵은 엄지가 다른 손가락을 마주보고 있기에 인간은 손을 정교하게 움직여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침팬지가 가끔 방송에 나가 그림 그리는 시늉을 하지만 절대 인간처럼 그릴 수는 없다. 구조상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엄지는 손의 제왕이다. 우리는 엄지를 척! 세워서 '네가 짱 먹어라'라고 추어준다. 로마의 황제는 요걸 갖고 사람 목숨을 희롱했다. 엄지의 지문은 지금도 도장이나 서명을 대신한다. 지문인식!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을 하고도 못 미더우면 엄지를 맞추어 확인한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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