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CPI 전년比 2.9% 상승
근원 CPI는 3.2% 올라 '예상 하회'
인플레 우려 완화에 국채 금리 급락
10년물 수익률 4.6%대로 하락
대형은행 호실적·가자 휴전도 호재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5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지난달 예상 밖으로 둔화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미국 대형은행들의 '깜짝 실적'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 휴전 합의도 투심을 자극했다. 미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급락하면서 10년물 기준으로 4.6%대까지 내려왔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03.27포인트(1.65%) 상승한 4만3221.5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07포인트(1.83%) 오른 5949.91로 거래를 마쳐 지난해 11월 이후 일간 상승폭이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6.84포인트(2.45%) 상승한 1만9511.23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된 가운데 이날 오전 공개된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예상 밖으로 둔화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이 확산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 같은 해 11월 상승률(각각 0.3%·2.7%)보다는 높았으나 전망치와 일치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11월 상승률과 시장 예상치(각각 0.3%·3.3%)를 모두 하회했다. 특히 전월 대비 오름폭은 8월부터 4개월 연속 0.3%를 유지하다가 5개월 만에 둔화됐다. Fed가 CPI보다 근원 CPI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지난달 소매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았다고 볼 수 있다. 전날 나온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2월에 전월 대비 0.2% 올라 전월과 전문가 예상치(각각 0.4%)를 모두 하회했다.
야누스 헨더슨의 존 커슈너 미국 증권상품 헤드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날 PPI에 이어 이날 CPI까지 연이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소폭 하회하면서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며 "아마도 가장 중요한 건 이날 CPI 수치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성급하게 예상한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공행진했던 미 국채 금리는 급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4bp(1bp=0.01%포인트) 하락한 4.6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9bp 내린 4.27%를 기록 중이다.
노스라이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공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중단을 넘어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로 올해 초 부진하게 시작했다"며 "시장은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고무될 것이고 이는 주식·채권시장에 대한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고, 물가 상승률 역시 Fed 목표치인 2%를 웃돌아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3% 반영 중이다. 오는 3월과 5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각각 72%, 55.9%에 달한다.
대형은행들의 깜짝 실적도 투심을 자극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 11.95달러, 시티그룹은 1.34달러로 전문가 예상치(각각 8.22달러·1.22달러)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블루 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수석 기술 전략가는 "이날 실적 시즌이 순조롭게 시작됐다"며 "금융 부문이 일반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점에서 은행 실적은 중요하고, 대형은행의 호실적은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목별로는 은행주가 일제히 상승세다. JP모건은 1.97% 올랐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은 각각 6%, 6.49% 치솟았다. 테슬라는 8.04%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3.37% 뛰었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1.97%, 2.56% 상승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3.85% 올랐다.
국제유가는 가자 휴전 소식에도 급등했다.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로 인한 공급 우려에 미국 원유 재고량까지 감소한 여파가 더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2.54달러(3.28%) 오른 배럴당 80.04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11달러(2.64%) 상승한 배럴당 82.03달러로 장을 마쳐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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