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침대축구는 비매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모두 우리의 잘못이었다.
신태용호가 리우올림픽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한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 경기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졌다.
공격도 수비도 문제가 있었다. 공격은 많은 찬스가 났음에도 골을 못 넣었다. 전반전은 거의 한국의 반코트 경기였다. 기회가 왔을 때 골을 넣어야 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류승우 등이 슈팅 세례를 퍼부었지만 원하던 득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골이 안 나오면 말릴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스스로 위기를 자처했다. 득점이 안 나오자 더 공격적으로 올라섰다. 뒷공간이 넓어졌고 여지 없이 온두라스의 속공에 당했다. 수비진의 대처는 역시나 미흡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의 약점이 나왔다. 후반 15분 온두라스의 역습에 바로 뚫렸다. 침투패스 한 방으로 결정적인 득점찬스가 났고 온두라스 공격수 엘리스가 밀어 넣었다.
신태용호는 그동안 수비 불안을 지적 받아왔다.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한 아시아챔피언십 결승전에서도 일본에 2-3 역전패를 당한 뒤 수비 문제는 늘 꼬리표로 달렸다. 7개월이 지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중요했던 온두라스와의 경기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비매너의 여지를 줬다. 온두라스는 넘어지면 일어나지 않았다. 후반 44분에는 엘리스가 파울을 하고 한국의 프리킥이 선언되자 공을 못 잡게 막아섰다. 심상민이 밀어 넘어뜨리자 약 6분 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비매너다. 하지만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골을 내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도 침대축구를 했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 골을 넣고 잠그고 넘어지면 시간을 벌었다. 이도 역시 축구의 전략이다.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부분은 주심이 잘 정리해줘야 하는 몫이다.
결국 한국은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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