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지정'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사진)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한지를 가리는 심리를 사실상 종료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10일 오전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79)가 낸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의 5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김 판사는 이 날 신 총괄회장과 신정숙씨 측으로부터 마지막으로 입장을 듣고 그간 제출 받은 각종 자료를 최종 확인했다.
김 판사는 성년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면 누가 성년후견인이 되길 원하는지에 관한 의견도 청취했다.
이 사건은 비송 사건이라서 별도의 선고 기일은 열리지 않는다. 결과는 당사자들에게 서면으로 전해진다.
김 판사는 더 이상 기일을 열지 않고 오는 19일을 기한으로 추가 서면이나 증거자료를 제출 받은 뒤 22일 이후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성년후견인 지정'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 판사는 지난 6월 심문기일 당시 "주장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다음 기일까지 모두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신정숙씨 측은 신 총괄회장의 치매 관련 진료기록 및 약물 복용 기록,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서 등을 수 차례 제출했으나 신 총괄회장 측은 김 판사의 주문 이후 마지막 심문기일이 열린 시점까지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성년후견인제도는 노환이나 질병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 사람에 대해 법적인 후견인을 지정하는 절차다.
신 총괄회장의 맏아들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가깝게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ㆍ일 롯데 지주회사 격인 광윤사의 대표 및 최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바탕으로 광윤사 지분을 획득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을 두고 논란이 있으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 획득은 무효라는 취지로 일본 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일본 법원이 우리 법원의 결론을 참고해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신정숙씨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ㆍ89)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33) 등 자녀들을 대상자로 지목했다.
하츠코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이고 신영자 이사장은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로 구속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유미 고문은 갈등의 당사자이거나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 모두 성년후견인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법원이 직권으로 '제3의 후견인'을 지정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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