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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로드⑤]폭염 독립문서 땀과 감동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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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권성회, '혀'로 취재하다 - 삶은 고기와 담백한 국물… 여름 '몸'이 한 대접 받은 기분

[보양로드⑤]폭염 독립문서 땀과 감동의 '도가니' 도가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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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는 무릎뼈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이나 흥분으로 들끓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왠지 도가니탕이라고 하면 펄펄 끓는 그릇에 나올 것만 같고 열광할 맛을 담고 있을 것만 같다. 얼추 맞는 말인 것이 콜라겐 함량이 높은 도가니탕은 식으면 굳을 수 있어 뜨겁게 먹어야 하고, 영양을 봐도 부족한 기력 보충하기 충분해 괜스레 마음 달뜨게 하는 음식이다.

◆도가니탕은 설렁탕과 무슨 관계= 이 뜨겁고 흥분되는 한 그릇의 도가니탕은 소의 각종 부위를 넣고 끓인 설렁탕에서 파생된 음식인 것으로 보인다. 도가니는 설렁탕에 들어가는 여러 부위 중 하나였고 이 맛을 특별하게 여겨 따로 담아낸 것이 도가니탕의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언론인 홍승면 선생은 그의 음식 칼럼 '백미백상'에 "설렁탕의 생명은 국물이지만, 건더기는 연골이나 섯밑이나 또는 만하, 콩팥 따위의 내장이라야 제격이다"라고 썼다. 여기서 제격이라는 연골만 담아내면 바로 도가니탕인 것이다.


도가니탕이 설렁탕의 방계라 치고 그 유래를 살펴보면 여러 '설'들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이 선농단(先農壇)에서 풍년을 기원한 뒤 소를 고기와 뼈째 푹 고아 나눠 먹던 선농탕(先農湯)에서 시작됐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설로 세종대왕이 친경을 할 때 비가 많이 내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배도 고파 친경 때 쓰던 농우(農牛)를 잡아 물에 넣고 끓여서 먹었는데 여기서 비롯돼 설농탕(設農湯)이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또 과거 신문 자료를 보면 설렁탕이 눈처럼 희고 국물이 진하다고 해서 설농탕(雪濃湯)이라고 표기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육당 최남선은 고려시대 몽고에서 고기를 맹물에 넣고 끓이는 조리법이 들어와 설렁탕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몽고 군사들이 전쟁 중에 간단하게 먹었던 고기 삶은 물인 '공탕'을 몽고어로 '슈루'라고 발음하는데 이게 전해져 설렁탕이 됐다는 것이다.

◆서민의 음식 설렁탕의 업그레이드 버전 = 이런 다양한 설을 가지고 있는 설렁탕은 예로부터 서민의 음식이었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식탁 위의 한국사'에 18세기 말엽의 서울 풍경을 소개하며 "백정들이 운영하는 설렁탕집에서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천민으로 취급받던 옹기 장인이 만든 뚝배기에 설렁탕을 담아냈다. 값이 싼 설렁탕은 점차 서민들이 애용하는 음식이 되었다"고 썼다.

하지만 도가니는 소 부위 중에서도 귀한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가니탕의 주재료인 도가니뼈는 주로 소의 뒷다리 무릎 연골 주변 부위를 이른다. 무릎을 덮는 종지뼈와 그 주변의 투명한 힘줄을 함께 일컫는 말인 셈이다. 콜라겐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쫀득쫀득한 식감을 낸다. 또 다른 재료인 도가니살은 본래 뒷다리 무릎 뼈에서부터 넓적다리뼈를 감싸고 있는 부위 전체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 도가니탕에 쓰이는 도가니살은 도가니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만을 뜻한다. 이 도가니뼈와 도가니살을 통틀어 일반적으로 도가니라고 부른다.


도가니는 소 한 마리에서 보통 4~5인분 정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음식점에서 내놓는 도가니탕에는 주로 일본어로 '스지'라 불리는 힘줄이 포함된다. 소의 사태살에 붙어 있는 힘줄이다.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콜라겐 덩어리이며 식감이나 맛도 비슷하다. 설렁탕에 들어간 여러 부위 중 도가니를 따로 내놓은 것은 그 영양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도가니에는 칼슘이 많이 함유돼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임산부, 노인에게 좋다.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의 예방 혹은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단백질, 철분, 필수아미노산, 마그네슘, 칼륨과 같은 다양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성인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콜라겐 덕분에 피부 미용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보양로드⑤]폭염 독립문서 땀과 감동의 '도가니' 도가니수육


◆자연스럽게 땀 한 바가지 흘리는 감격의 도가니 =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지칠 때도 됐다 싶은 지난 8일 열기 뿜어져 나오는 도가니 같은 폭염을 뚫고 한 그릇의 도가니탕을 먹기 위해 독립문을 찾았다. 도가니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우선 수육을 주문했다. 갓 삶아 따끈따끈한 김을 내는 도가니와 힘줄이 금세 나왔다. 고기는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소스의 간이 그리 세지 않기 때문에 푹 담가 먹어도 고기의 맛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쫀득쫀득하면서도 물컹거리지만 입 안에선 제멋대로 돌아다니지 않고 잘 씹혔다. 비린내 없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남았다. 고추장에 버무린 마늘을 함께 내는데 담백한 도가니 수육의 맛 중간 입안을 정리하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점심이었지만 소주 한 잔을 곁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어 도가니탕도 식탁 위에 올랐다. 도가니탕의 국물은 깔끔했다. 콜라겐 풍부한 도가니다 보니 진득한 국물을 예상했는데 의외의 맛이었다. 국물이 너무 진할 경우엔 입술에 계속 들러붙어 식감을 방해할 수 있는데 담백한 국물 덕분에 술술 넘어갔다. 국물의 간이 진하지 않아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국물을 마실수록 감칠맛이 계속 느껴졌다. 소금 간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고 인위적인 간은 오히려 그 맛을 헤칠 것 같았다. 이미 수육으로 배가 찬 상태였지만 국물 안에 들어있는 푸짐한 도가니도 계속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밥을 말아 도가니까지 한 숟갈 크게 뜬 뒤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 음식들의 어울림도 부럽지 않았다. 더운 여름날 땀 한 바가지 흘리며 먹은 탕 한 그릇으로 느낀 감격의 도가니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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