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역도 53㎏급 결승서 합계 199㎏ 동메달…은퇴 후 남편 부상으로 복귀, 10일엔 원정식 출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올림포스의 제전을 신들이 지켜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심심찮게 기적이 일어나니까. 승리의 신 니케는 8일(한국시간) 새벽 한국의 '주부역사' 윤진희(30ㆍ경북개발공사)에게 각별한 축복을 내렸다. 동메달.
윤진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을 들었다. 그는 마지막 바벨을 내려놓을 때까지 '틀림없이 4위'라고 생각했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1, 2, 3차 시기 모두 실패했다. 윤진희의 순위가 한 단계 올라갔고,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윤진희가 따낸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그는 "하늘이 동메달을 주셨다"며 젖은 눈으로 웃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인상 94㎏, 용상 119㎏, 합계 213㎏을 들어 은메달을 땄다.
그의 우승은 우리 여자 역도의 암흑기를 메웠다는 뜻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윤진희가 여자 53㎏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역도는 여자 최중량급(75㎏ 이상)의 장미란(33)과 남자 77㎏급의 사재혁(31)이 잇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4년 뒤 런던에서는 노메달이었다.
윤진희의 동메달은 한 차례 은퇴했다가 돌아와 거둔 성적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그는 런던올림픽이 열린 2012년에 은퇴, 역도 대표팀에서 함께 운동하던 원정식(26ㆍ고양시청)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러나 2014년 말, 윤진희는 복귀를 결정했다. 남편의 부상이 동기를 부여했다. 2014년 9월 22일,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69㎏급에 출전한 원정식은 용상 183㎏을 들다 플랫폼 위로 쓰러졌다. 중상이었다. 치료와 재활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곁에서 응원하기 위해 바벨을 다시 잡았다. 윤진희는 "삶은 참 복잡하다. 만약 그때 남편이 다치지 않고 메달을 땄다면 나는 다시 역도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정식은 이날 경기장에서 아내를 응원했다. 윤진희는 "남편이 이틀 뒤(10일)에 경기를 한다. 몸 상태를 좋게 유지하려면 오늘 내 경기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그는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남편 덕'으로 돌렸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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