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성폭행 살인사건 15년만에 기소…DNA 수사 증거확보, 범행 은폐 정황도 확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이었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빈)는 15년 전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A(사건 당시 17세)양 성폭행살인사건 재수사에 임하는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2001년 2월 나주 드들강에서 성폭행 사건 피해자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수사당국은 범인을 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A양 몸속에서 피의자의 체액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용의자 확보에 실패한 탓이다. 2012년 8월 대검찰청이 보내온 DNA 검사 결과는 이번 사건을 풀어주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강도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모(39)씨 DNA와 A양 몸속에서 발견한 체액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씨가 A양 살인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수사 진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검찰이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추진하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검찰은 올해 2월부터 검·경 합동수사체계를 구축해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김씨의 과거 동료수감자 350명을 모두 확인하고, 과학수사에도 공을 들였다. 검찰은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재감정결과를 받았다.
검찰은 동료수감자들로부터 김씨의 범행 관련 진술 및 범행을 은폐하려는 정황을 확보했다. 결국 김씨는 15년만에 나주 드들강 성폭행 살인사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수사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하는 등 철저한 공소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피고인의 진술변화 및 추가증거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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