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외국인 스님 현각 "돈만 밝히는 한국 불교와 연 끊겠다"

현각스님/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유진 인턴기자] 하버드대 출신에 푸른 눈 스님으로 잘 알려진 현각 스님이 한국 불교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을 완전히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현각 스님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는 8월 중순에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현각 스님은 현재 그리스에 방문 중이다. 그는 "물론 환속(승려가 다시 속인이 되는 것)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각 스님은 서울대가 영입한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난다는 기사를 인용해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며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이다.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 한국 불교를 위해 새 문을 열었다. 나와 100여 명의 외국인 출가자들이 그 포용하는 대문으로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이었다"면서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 좁게 만들어 지난 2~3년간 7~9명 외국인 승려들이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제자)들에게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화계사 외국인행자교육원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선 "숭산 스님이 세운 혁명적인 화계사 국제선원을 완전히 해체시켰다"며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기복 종교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기복=$(돈)'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현각 스님은 예일대학교, 하버드 대학원 출신으로 1990년 하버드 대학원 재학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감명 받아 1992년 한국에서 출가했다. 현정사 주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냈으며 불교 경전 영역과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등 여러 저서를 통해 25년 동안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